
지난달 19일 오후 8시 16분쯤 전남 신안군 앞바다. 승선원 267명을 태우고 목포로 향하던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2만6000t) 내부가 아수라장이 됐다. 22노트(시속 40㎞)로 항해하던 배가 무인도와 충돌했기 때문이다. 여객선 좌초 상황은 “배가 섬에 올라탔다”는 승객의 신고로 해경에 전파됐다.
해경은 즉각 함정 총동원령을 내렸다. 현장에 12분 만에 도착한 배를 시작으로 경비함정 17척, 연안구조정 4척 등이 급파됐다. 이 사이 승객들은 구명조끼를 챙겨 입고 여객선 후미 부분에서 구조를 기다렸다.
해경은 “임산부와 노약자부터 탑승하라”며 구조를 시작했다. 승객들은 해경의 지휘 아래 우선순위에 따라 5회에 걸쳐 구조정으로 옮겨탔다. 해경은 신고 접수 후 3시간 10분 만에 승선원 전원에 대한 구조를 마쳤다. 승객들은 목포 부두를 밟은 후 “(해경의 구조 작업이) 세월호 때와 달랐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구조 직후 전해진 사고 원인은 승객들의 가슴을 또 한 번 쓸어내리게 했다. 조타실에 있던 1등 항해사 A씨(40대)가 한눈을 파는 사이 배가 무인도로 돌진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휴대전화를 보다가 섬 충돌 13초 전에야 조타수에게 방향타 각도 변경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도네시아인 조타수 B씨(40대)의 말에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는 “전방을 살피는 것은 항해사 업무이고, 타각 변경 지시를 받았을 때는 섬이 눈앞에 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조타실 상황이 파악되자 승객들의 시선은 선장에게로 쏠렸다. 선장 C씨(60대)는 사고 당시 조타실을 비운 채 선장실에서 쉬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이준석 선장도 조타실을 떠나 선장실에서 게임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선장이 해경 조사 때 한 말도 세월호 사건의 데자뷔처럼 다가왔다. 선장은 “(사고 당일) 위장 장애로 선장실에서 쉬고 있어서 항로를 모니터링하지 못했다”라고 진술했다. 또 “평소 선장실에도 조타실과 유사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항해 상황을 파악해왔다”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에 승객들 사이에선 “선장이 (선장실에서) 재택근무를 해왔네”라는 말이 나왔다. 조사 결과 선장이 퀸제누비아2호 취항 후 1년 9개월간 사고 해역을 1000여회 지나면서 한 차례도 조타실 근무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해경은 선장이 협수로에서 조타실을 비운 점이 사고를 키웠다고 보고 보완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해경과 승객 등이 2일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서 선장이 어떤 얘기를 할지에 주목하는 이유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1년 7개월. 이번 여객선 좌초를 계기로 선원들의 이른바 ‘딴짓’을 원천 차단할 운항 안전강화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