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게 말라 죽는 건 처음 봤소” 50년 물질, 거제 해녀 기가 찼다

2024-10-24

기후의 역습

<제1부〉예전의 하늘과 땅과 바다가 아니다

3화. 뜨거워진 바다, 거제 해녀들의 증언

거제 해녀 이복순씨는 열여덟 어린 나이에 물질을 시작했다. 올해로 53년째, 그는 요즘도 한 달에 스무 날 남짓 바다에 나간다. 짧게는 20분, 길게는 1시간 반 정도 배를 타고 나가 대여섯 시간 동안 물질을 하는 고단한 일상이다.

“십몇 년 전부터 예전 바다가 아니구나 생각”

바다는 밥줄이고 명줄이었다. 몸만 성하면, 바다는 늘 넉넉히 해산물을 내줬다. 한데, 언제부터였을까. 바다가 달라졌다. “‘예전 바다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 건 십몇 년 전부터”라고 해녀는 돌이켰다.

해녀는 달라진 바다의 목격자이자 피해자

이복순 해녀는 기후변화로 달라진 한반도 바다의 목격자이자 증언자다. 그리고 피해자다. 십수 년 전부터 제주도 해녀들의 육성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곤 했지만, 남해 연안 얘기가 다뤄진 적은 거의 없다. 제주 바다가 변했다면 남해인들 다를까. 중앙일보 ‘기후의 역습’팀이 거제를 찾은 이유다.

이씨와 더불어 일평생 물질로 생업을 이어온 거제 해녀들은 한결같이 “바다가 달라졌다”고 했다. 늘 보는 사람의 얼굴이 늙어가는 것은 좀처럼 느끼지 못하는 법이거늘, 이들은 사계절 매일 들어가는 바다의 변화를 눈으로, 몸으로 알아채고 있었다. 갈수록 비어가는 ‘망사리(채취한 해산물을 담는 그물망)’가 그 증거다.

무엇이, 얼마나 변했다는 것일까. “숨비소리(해녀가 잠수했다가 물에 떠오를 때 숨을 내뱉는 소리)마저 거칠어졌다”고 ‘바다의 여인’들이 증언하는 ‘바다의 변체(變體·anamorphosis)’는 생각보다 심각하고 두려웠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 알 수 없었던, 그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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