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1일 강원도 춘천시 삼천동 베어스호텔 연회장. ‘직업계고 글로벌 현장학습 선배와의 대화’ 행사장 대형스크린에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서다은(19·여)씨의 얼굴이 나타나자 학생들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날 행사에는 강원지역 직업계고 3학년 학생 1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서류 심사 등을 거쳐 강원도교육청의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에 선발된 학생들이다.
서씨는 후배들에게 “처음 해외 현장에 나가면 언어와 환경 차이 때문에 힘들 수 있지만 그만큼 큰 성장의 기회가 된다”고 조언했다. 서씨는 홍천에 있는 강원생활과학고 미용예술과 3학년이던 지난해 9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싱가포르 프로트림’으로 실습을 나갔고 이후 정식으로 취업했다. 싱가포르 프로트림은 K-뷰티 스타일을 선호하는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헤어살롱이라고 한다. 현재 싱가포르엔 서씨 포함 6명이 미용과 조리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다. 서씨는 “현재 다양한 고객의 모발과 두피 상태를 분석하고 관리하는 기술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씨와 대화를 나눈 강릉정보공업고 조리제빵과 김진경(18)양은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싱가포르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강원지역엔 31개의 직업계고가 있다. 이들 학교 학생들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 취업하고 있다. 원주금융회계고는 2022년부터 4년 연속 한국은행 합격자를 배출했다. 지난 7월 한국은행에 합격한 박동원(18)군은 재학 중 전산회계 1급 등 총 18개 자격증을 취득했다. 함께 합격한 이지나(18)양 역시 펀드투자권유대행인 등 자격증이 18개나 된다. 직업계고를 마친 후 국제기능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딴 이들도 있다. 춘천한샘고를 졸업한 박지민(21·여)씨와 태백 한국항공고를 졸업한 남종수(22)씨다. 이들은 지난해 9월 프랑스 리옹에서 개최된 ‘제47회 2024 프랑스 국제기능올림픽’에 참가했다. 박씨는 피부미용 종목에서 금메달을, 남씨는 CNC밀링 종목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씨는 현재 ‘약손명가’에서, 남씨는 ‘삼성전자’에서 일하고 있다.
직업계고 학생들의 활동 분야가 이처럼 다양해지면서 강원도교육청은 급변하는 산업 현장 수요와 학생 선호에 맞춰 직업계교의 학사개편 및 재구조화를 추진해 왔다. 특히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7개교 10개 학과를 대상으로 재구조화를 추진하고 있다. 철원 김화공업고는 새 출발을 위해 한국국방과학고로 이름을 바꿨다. 오는 10월에 특별전형으로 국방시스템과 신입생을 모집한다. 원주 미래고는 반도체기계과, 춘천기계공고 로봇기계시스템과·로봇소재융합과, 화천정보산업고 AI사물인터넷과, 춘천한샘고 SNS마케팅과, 고성 동광산업과학고 셰프N베이커리과 등이 개편됐다.
횡성 갑천고는 강원모빌리티고로 전환된다. 이 사례는 지역산업 연계형 특성화고 전환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횡성군은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인 ‘미래모빌리티 거점특화단지’에 선정돼 묵계리 일원에 단지를 만들고 있다. 이 밖에도 내년부터 원주 영서고 스마트팜디자인과, 강릉 중앙고 로봇시스템융합과, 홍천농업고 스마트동물생명과 등이 신입생을 받는다.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은 “반도체, 로봇, AI, 모빌리티 등 미래 유망 산업의 핵심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직업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