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 쌀로 만든 술

2025-07-04

[전남인터넷신문]최근 전남 곡성군은 관내 농업회사법인이 ‘가루미(바로미2)’ 쌀을 원료로 한 증류주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 농업회사법인은 기존에도 토란 막걸리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전통주를 제작해 온 업체로, 이번에는 전통 문헌인『고사촬요』에도 기록된 생쌀 발효법을 현대적으로 복원해 가루쌀을 활용한 새로운 방식의 증류주를 선보였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이 술을 “세계 최초의 가루 쌀 증류주”로 소개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주장은 사실일까? 세계 각지에는 다양한 전통주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일대는 ‘누룩 술’ 문화권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같은 ‘누룩 술’ 문화권이라도 지역에 따라 누룩의 형태와 곰팡이 종류가 다르다. 중국, 태국, 필리핀 등지에서는 거미줄곰팡이(Rhizopus sp.)나 털곰팡이(Mucor sp.) 등이 혼재하여 증식한 ‘떡누룩(餅麹)’을 사용하며, 이는 보리나 잡곡류를 가루로 만들어 섭취하는 식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찐 쌀을 먹는 식문화가 일찍이 정착되면서, 황국균(Aspergillus oryzae)만을 선택적으로 배양한 ‘흩임 누룩’ 형태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이는 누룩 제조뿐 아니라 양조 방식 전체에도 영향을 주어, 한국과 일본의 술이 더 정밀하고 복잡한 제조 방식을 갖추게 된 배경이 되었다.

전분을 당으로 분해하는 ‘당화’에 누룩을 사용하는 점은 동아시아 술의 공통된 특징이다. 대부분 지역에서는 생 곡물을 가루로 만든 뒤, 약간의 물을 더해 반죽하거나 벽돌처럼 굳힌 다음 자연적으로 균을 증식시켜 건조시키는 방식의 ‘떡누룩’을 사용한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와 일본은 찐 쌀을 활용한 고체 상태에서의 발효를 기본으로 한다.

한편, 최근 들어 현대 양조 시스템에서는 찐 쌀 대신 ‘쌀가루’를 사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쌀을 고운 가루로 만들어 증자(찜) 과정 없이 바로 당화 및 발효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쌀 씻기, 불리기, 찌기 등 공정을 생략할 수 있어 효율성과 일관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입자 크기를 표준화할 수 있어 균일한 발효가 가능하고, 에너지와 장비 비용 절감, 당화 속도 촉진, 알코올 수율 향상 등 여러 장점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가루쌀로 술을 빚는 방식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기술적으로 시도되거나 사용되고 있는 것이므로, 곡성군의 농사법인에서 가루쌀로 만들 술을 “세계 최초의 가루쌀 증류주”로 보는 것은 과도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주목할 점은 ‘가루쌀에 사용된 벼의 품종 그리고 가루쌀로 만드는 과정에서 관여하는 균의 종류 비율과 발효에 의한 술의 풍미 차별성이다.

결국, 세계 최초의 쌀가루로 만든 술보다는 ‘맛의 우수성’과 ‘식미의 독창성’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더 현명하다. 특히 지역 쌀 품종의 개성, 발효 향미, 목 넘김의 부드러움 등 감각적인 요소를 강조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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