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용 부담·계란값 불안·환경 규제 얽혀 해법 불완전
제도 정착보다 사회적 합의 필요성만 다시 확인
[축산신문 김수형 기자] 당초 2025년 9월 1일부터 전체 농가를 대상으로 산란계 적정 사육면적 기준을 0.05㎡/수에서 0.075㎡/수로 확대하기로 한 축산법 개정안이 정부 부처간 엇박자 논란을 낳으며 2년 추가 유예라는 결론이 맺어졌다. 계란 살충제 성분 검출 사건부터 시작된 이번 사안은 무려 7년여의 토론과 논의 끝에 결정된 것이며, 이 과정에서 정부와 생산자단체는 여러차례 충돌해야만 했다. 7년여의 논의 과정을 정리해보았다.
◆계란 살충제 성분 검출
지난 2017년 8월 유럽과 대한민국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계란이 유통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축산물 위생안전과 함께 동물복지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확대됐다. 특히 동물보호단체들을 중심으로 축산농장의 밀집사육을 중단하고 동물복지를 강화해달라는 요구가 많아졌고, 산란계 적정 사육마릿수 변경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축산법 시행령 개정
당시 동물복지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축산법 시행령 개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불과 1년여의 시간이 흐른 2018년 9월 1일부로 산란계 적정 사육마릿수 규정이 0.05㎡/수에서 0.075㎡/수로 확대되었으며, 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2018년 9월 이전부터 운영되어 오던 농장의 경우 시설개선 등의 준비기간 확보를 위해 7년의 유예를 두어 2025년 9월까지 전체 농가를 대상으로 확대하기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가금단체도 ‘찬반 논란’
축산법 시행령 개정을 놓고 대한양계협회를 중심으로 한 생산자단체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정부가 여론에 밀려 지나치게 법 개정을 빠르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농가들은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에 따른 생산성 향상 효과보다 추가비용 발생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며 농가들의 심각한 피해를 우려했다. 특히 A형 케이지를 사용 중인 농장의 경우 기준을 맞추기 위해 케이지 자체를 걷어내야 하는데 이 또한 농가의 빚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당시 수급상황이 공급 과잉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오히려 제도의 조기 시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산란계협회 출범 이후 달라진 기류
대한산란계협회가 지난 2022년 11월 사단법인 단체로 정식 승인이 나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대한양계협회를 떠나 산란계협회에 합류한 회원들은 정부의 사육면적 확대 정책을 강력하게 반대했으며, 정부가 주장한 생산성 향상 효과보다 추가비용 발생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산란계협회는 계란 생산비 상승은 물론 계란 부족현상으로 인해 소비자가격 마저 상승할 것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학계에서도 우려 목소리
대한산란계협회가 애그리비즈니스경영연구소(연구책임자 김정주 건국대 명예교수)에 의뢰한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에 따른 산란계 농가 정책방향 제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로 국내 계란 생산량이 33%가량 감소될 것으로 전망됐고, 계란가격도 최대 31.4%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 기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2024년 5월 한국가금학회 심포지엄에서 발표에 나섰던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김시동 당시 가금연구소장 역시 “현재 A형 케이지에 사육면적 0.05㎡/수를 적용하고 있는 농가의 수가 절대 다수인 점을 감안했을 때, 최대 1조3천억원의 생산액 감소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농식품부 “흔들림 없이 정책 추진”
지난해 5월 개최된 대한산란계협회 임시총회 및 산란인지도자대회에 참석한 농림축산식품부 측은 제도의 부당함을 재차 호소하는 농가들을 향해 “개정된 축산법은 이미 2018년도에 시행이 되고 있으며, 다시 개정을 하는 것은 2018년 9월 이후 0.075㎡/수에 맞춰서 사육 중인 농가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신 입식된 병아리의 계란 생산 가담 시점 등을 고려해 2년의 추가 유예와 시설현대화 자금 확대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소개했다.
◆산란계협, 헌법소원 제기
대한산란계협회는 끝내 농림축산식품부를 향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큰 갈등을 빚었다. 약 400~500명의 농가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헌법 소원은 법의 소급적용과 함께 재산권 침해에 대한 정부 정책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농식품부, 사육마릿수 기준 확대 공식화
산란계협회의 헌법소원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움직임은 변함이 없었다. 농식품부는 2024년 11월 공식 자료를 통해 “2025년 9월부터 신규 입식하는 산란계부터 개선된 케이지 사육면적을 적용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단, 해당 기간에 신규 입식하는 산란계에 대해 사육밀도를 준수하도록 관리하지만 과태료 등의 행정처분을 유예하고, 건폐율 상향(20%→60%), 케이지 단수 확대(9단→12단) 등 산란계 농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대안을 함께 제시하기도 했다.
◆국회와 환경부서 ‘긴급 제동’
산란계 적정 사육면적의 전격 확대 시행을 불과 4일 앞둔 지난 8월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비례대표)은 “농식품부가 발표한 정책이 환경부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실행이 불가능한 내용이었다”고 지적, 극적인 반전 국면을 맞았다.
환경부에서 가축분뇨배출 총량은 근거로 산란계 케이지 건폐율 및 단수 확대 계획에 대해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 농식품부 송미령 장관 역시 “환경부와 TF를 구성해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적정 사육마릿수 확대 계획은 사실상 실행이 어려워졌다.
◆농식품부, 결국 추가 유예 결정
농식품부는 2025년 9월 1일부터 신규 입식하는 산란계부터 마리당 0.075㎡를 적용한다는 기존 방침을 2027년 8월 31일까지 산란계 농가의 자율적 입식관리를 통한 사육면적 기준을 적용한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사실상 2년 추가 유예다. 난가의 추가 상승을 우려했던 산란계협회 등 생산자단체는 정부의 이번 발표로 한시름 놓게 됐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