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포르노 주인공이고 싶다” 그 후 25년, 서갑숙의 지금

2024-10-07

시대탐구 1990년대

서갑숙을 아시나요. 1999년 자전적 에세이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를 써 세기말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배우입니다. 지금은 ‘성(sex)’이 예능에서도 단골 소재이지만, 90년대엔 달랐습니다. 커다란 금기였고, 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 것은 오래지 않습니다. 고 마광수 교수가 92년 『즐거운 사라』라는 ‘야한 소설’을 썼다고 투옥됐습니다. 7년 뒤 서갑숙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주에 사는 그를 만나 책 한 권으로 경력이 끝장나고 여자로서, 엄마로서 지탄받던 시절을 돌아봅니다. 25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워졌을까요.

서갑숙씨 어떡하죠? 위에서 당장 갑숙씨 빼라고 난리예요. 아무래도 오늘 촬영은 안 되겠어요….

1999년 10월 22일, KBS 드라마 ‘학교’에서 음악 교사 역을 맡고 있던 나는 평소처럼 녹화 장소인 KBS 세트장에 들어섰다. 그런 나에게 달려온 젊은 감독의 목소리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기색이 묻어났다.

되물으려던 순간, 이곳에 오면서 들은 뉴스가 머리를 스쳤다.

‘교보문고, 서갑숙 성 고백서 전량 반품 결정’

국내 최대 서점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흘 전 출간된 내 책의 판매를 거절했다. 영풍문고와 을지서적 등 또 다른 대형 서점들도 내 책을 판매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드라마에서 나가라니…. 멍하니 있는 나에게 이번엔 동료 여배우들이 다가와 채근했다.

어머 언니 어떡해. 얼른 위에 올라가서 잘못했다고 그래 봐 좀.

함께 촬영을 못 하게 돼 서운하기는 하지만 내가 뭘 잘못한 거니?

내 말에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나를 둘러싼 동료 중 한 명이 입을 뗐다.

언니…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사고를 쳐 놓고는 왜 당당하냐는 말로 들렸다.

나는 내가 죄를 지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 그래서 미안하다는 말은 못할 것 같아.

짧게 답하고 그 길로 돌아서 촬영장을 나왔다. 돌아보면 그때가 배우로서 나의 경력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배우 서갑숙 하면 이 책을 떠올린다. 그들은 지금도 나에게 ‘포르노그래피’라는 자극적인 단어가 들어간 책을 왜 썼는지 묻는다.

책을 내고 온 세상으로부터 매 맞는 듯했던 두 달, 나의 해명은 어디에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내가 그 책을 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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