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의 기기에서 빠르게 대세로 자리 잡은 OLED 디스플레이가 유독 TV 시장에서는 여전히 대중화의 벽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TV OLED가 '캐즘'에 직면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프리미엄 OLED로 불황을 타개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성큼 다가온 AI시대에서의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6일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주최한 '디스플레이 비즈니스 포럼 2025'에서 황상근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은 "TV OLED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다 지난 몇 년간 캐즘(일시적 성장 둔화)을 맞았다"고 말했다.
황상근 부사장은 대형 OLED의 캐즘의 근본 배경으로 "예전에는 7-8명 다 같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비디오 테이프를 넣고 함께 TV를 시청하곤 했지만, 요즘은 퇴근하면 아이들은 각자 전자기기 보기 바쁘고, 저 또한 스마트폰이나 TV를 켜게 된다"며 자신의 경험에 빗대 설명했다. 이는 전 세계 TV 판매량이 매년 2억대 수준에서 정체되는 이유기도 하다.
실제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개인용 IT 기기의 이용이 늘면서 TV 시청 시간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미국 내 TV는 소비재 중에서도 가격 인상률이 가장 낮은 품목으로, 심지어 장난감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고급 LCD 제품군인 미니 LED TV 시장의 확대도 OLED 성장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지난해 기준 TV용 OLED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는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다른 기업들은 OLED보다는 LCD TV에 주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 BOE가 대형 OLED 양산 계획을 철회하고 대신 LCD 생산 능력을 확장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OLED 패널은 가격이 높고, 제조사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제조 단가가 낮은 LCD 프리미엄 TV가 전략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황상근 부사장은 LCD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지만 느린 응답속도, 빛샘, 좁은 시야각, 플리커(깜빡임), 블루라이트 등의 백라이트 구조 한계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라고 봤다.
이에 황 부사장은 프리미엄 OLED 시장 공략이 TV용 OLED 시장을 다시 움직이고, LCD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 부사장은 "실제 최근 5개월간 1000달러 이상 고가 제품과 매스(500~999달러)영역에서도 OLED 점유율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며 "가격의 합리화를 전제로 할 때, 향후 메인스트림 시장까지 OLED의 시장 확장이 가능하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같은 날 기조연설에 나선 조성찬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AI로의 디스플레이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발표했다. 조 부사장은 "하이퍼 초연결 시대에 진입하면서, 디스플레이는 더 큰 화면과 더 좋은 해상도로 AI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핵심 창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AI 시대가 요구하는 디스플레이 요건으로 저전력, 화질, 디자인 다양성, 다양한 경험, 환경 등 다섯 가지 요소를 제시했다. 특히 이 중에서도 디자인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진단이다. 조 부사장은 "초박형 OLED로 플렉서블 폴더블 OLED 상용화, FOS (Front of Screen) 개선 등이 가능했다"며 "스마트워치·증강현실(AR)·가상현실)과 같은 웨어러블 기기 디스플레이 뿐 아니라 디스플레이를 옷처럼 입는 시대도 머지않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