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폭망 메타버스 신기루, 해외선 7000만 경제왕국 떴다

2025-09-16

미디어 프런티어: K를 넘어서

※구글 노트북LM으로 생성한 팟캐스트 오디오와 비디오입니다. 원하시는 형식으로 골라 즐기세요.

몇 년 전, 전 세계를 휩쓸었던 메타버스 열풍을 기억하는가. 당시 이른바 ‘메타버스 전도사’들은 입을 모아 가상세계가 우리의 미래를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 예언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사명을 ‘메타’로 바꾸며 “메타버스는 모바일 인터넷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고,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메타버스는 3차원 인터넷이자, 현실세계를 복제한 디지털 트윈이 될 것”이라며 옴니버스 플랫폼을 선보였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도 “앞으로 가장 큰 혁명은 AI를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외에도 ‘레디 플레이어 원’의 저자인 어니스트 클라인은 영화의 성공과 함께 메타버스의 개념을 대중화하는 데 기여했고,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대표는 포트나이트를 게임이 아닌 메타버스로 규정하며 막대한 투자를 이어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싸이월드는 ‘미니미’를 앞세운 메타버스 서비스를 재개하겠다고 밝혔고, 네이버는 ‘제페토’를 중심으로 구찌·아디다스와 같은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와 팬미팅을 여는 등 메타버스 대표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SK텔레콤의 ‘이프랜드’, 카카오의 ‘카카오버스’ 등 대기업들도 앞다투어 메타버스 서비스를 내놓으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국내 학계에서는 전문가들이 메타버스 담론에 불을 지폈다. 강원대학교 김상균 교수는 메타버스를 경제, 사회, 문화 활동이 일어나는 ‘디지털 신대륙’에 비유하며, 사용자들이 현실의 제약에서 벗어나 원하는 ‘부캐’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역설했다.

뇌과학자인 KAIST의 김대식 교수는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의 뇌는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기에 메타버스는 “뇌를 위한 새로운 현실이자 인간 경험을 무한히 확장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철학적 깊이를 더했다. 이들의 주장은 메타버스가 단순히 게임을 넘어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새로운 생활 공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증폭시켰다. 그러나 그뿐이다.

그 열풍은 마치 여름 소나기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거창한 비전에 비해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는 턱없이 부족했고, NFT와 가상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투기 열풍만 남긴 채 버블은 꺼져버렸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한때 메타버스를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던 정부 지원 사업들은 예고 없이 중단되거나 축소되었고, 기업들의 투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장기적인 호흡으로 접근해야 할 기술과 생태계가 단기적인 유행으로 소비된 후, 수많은 창작자와 개발자들이 동력을 잃고 흩어졌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저해하는 전형적인 쏠림 현상의 폐해였다.

이제 모두의 관심은 인공지능(AI)으로 옮겨갔다. 당시 메타버스의 미래를 논했던 인물들의 발언은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야심 차게 출시됐던 한국의 메타버스 서비스들도 더는 화제의 중심에 있지 않다. 지금의 AI 열풍은 과연 다를까? 또다시 이슈만 소비하다가 다음 유행이 오면 버려지는 행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로블록스 시장의 침묵 속 질주: 커뮤니티가 이끄는 성장

하지만 우리의 시야 밖에서 조용히, 그리고 견고하게 성장하며 거대한 왕국을 구축하고 있는 곳이 있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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