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에 아이 녹취? 최악!”

2025-08-26

“최 변호사가 가사를 참 잘하니 실력은 걱정하지 마시라”

파트너 변호사님께서 다급히 나를 찾으셨다. 이혼 사건을 함께 하자고 하시며, 쉽지만은 않은 사건이라 하신다. 미팅에 들어가 보니 그 사건은 이미 다른 로펌에서 진행 중인 사건이었다. 왜 우리 쪽으로 재의뢰를 온 걸까? 의뢰인은 기존 로펌의 소송 진행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난 그 파트너 변호사님과 일을 해본 적은 없는데 잘한다니… 어떻게 장담하시지.’

아무튼 부담감은 어쩔 수 없고 최선을 다해서 하는 수밖에 없다고 되뇌었다.

의뢰인 말을 들어보니, 사건이 심각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보아하니 의뢰인은 증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소송을 시작한 반면, 상대방은 이미 여러 증거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래선지 의뢰인은 무리수를 두었다. 아들과의 대화 녹음을 법정에 제출한 것.

아들이 의뢰인 편을 열심히 들어주고, 상대방을 비난한 녹음 파일이다. 아뿔싸!

실제 사실을 말했다 해도 누가 믿으랴. 특히 가사 재판에서 치명적인 실수다. 가사 재판에서 대부분 판사님은 부모의 이혼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 중 하나로 삼는다.

이는 이전 로펌 변호사가 가사 사건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사실을 몰랐거나, 판사님의 최우선 목표도 잊게 할 만큼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그 의도는 실패로 보였다.

의사에게 가장 어려운 수술은 실패한 수술에 대한 재수술이라 했던가. 기존 로펌의 실패한 소송 전략을 재확립하는 어려운 과정에 있다. 먼저 아이와 관련된 모든 증거를 재판 과정에서 배제하고, 지금까지와 달리 앞으로 의뢰인은 아이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과거에 대한 반성의 의사를 서면에 기재하여 재판부에 제출했다.

다음으로 이미 제출된 의뢰인 및 상대방의 각 서면을 철저히 분석했다. 각자의 서면에서 가장 중요한 주장을 추려내고, 우리 측의 강점, 즉 상대방의 약점을 명확히 파악한 후 맹공했다. 특히 상대방의 서면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강력한 증거를 바탕으로 반박했다. 그리고 기존에 제출된 증거 중 아이와 관련된 것을 배제하고 유리한 증거를 다시 설명했다. 더하여 소송 이전에 의뢰인이 수집해 둔 모든 증거를 재검토한 뒤, 새롭고 유력한 증거를 추가로 제시했다.

방대한 준비서면이 두 개나 되었지만, 여전히 기준에 못 미쳐 하나를 더 써야 했다. 문제는 재판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는 것. 나는 재판부에 추가 기일을 간청했으나, 되레 재판 지연 의도를 해명하라는 석명을 받았다. 억울했지만 밤새 의견서를 써 제출했고, 다행히 판사님의 의심은 풀린 듯했다.

그러나 재판은 더 열지 않고 종결됐다. 가사조사관 보고에 따르면 부모의 극심한 다툼 속에 아이가 불안정하다고 했다. 판사님은 아이를 위해 사건을 서둘러 끝내겠다고 밝혔다. 결과와 무관하게, 아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판사님을 만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겼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하나였다. 늦어도 판결 선고 기일 1주일 전까지 제출해야 하는 참고서면 작성에 큰 공을 들이는 것이다. 한 번뿐인 기회라 여겨 집중했다. 결국 원하는 수준의 서면이 완성되었다. 판결 선고 기일을 10일 남겨두고 서면을 제출했다. 상대방은 판결 선고 1주 전까지 서면을 제출하지 않았다. 그런데 선고 5일 전에 방대한 분량의 서면을 제출했다. 우리 측에 반박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불순한 의도를 내비친 상대방에게 전의가 불타오르는 성향인 것을 상대방은 몰랐을 것이다. 상대방의 서면을 받자마자 의뢰인과 함께 주말을 포함한 3박 4일 동안 밤을 새워가며 재반박 서면을 준비했다. 선고기일 하루 전, 기어코 내가 원하는 수준보다 수준을 낮추는 것에 타협하지 않은 서면을 법원에 제출하였다. 안도감과 함께 후련함을 느꼈다. 하지만 판사님이 어떻게 생각하고 판결을 할지 하늘과 판사님만 안다.

결과는 완승이었다.

의뢰인이 첫미팅 당시 상대방에게 받아달라고 요청한 금액에 대해 나는 비현실적이라며 면박을 주었는데, 그 금액보다 더 많은 액수가 나와 오히려 민망했다. 면박은 주지 말걸.

아직 성공보수를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약정된 성공보수의 최대치를 이미 입금하셨단다. 파트너 변호사님께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포함해서 말이다. 파트너 변호사님께서 호텔 내 일식을 사주셨다. 원래는 중식당을 예약했는데 예상치 못한 성공보수 입금 후 일식으로 바뀐 것 같다.

‘변론을 한 번만 하고 최고의 결과(성공보수 기준이지 않을까)를 얻는 이런 사건을 많이 해야 하는데….’라고 하셨다. 나는 ‘주어진 변론 기회가 한 번뿐이라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갔고, 좋은 결과를 위해 날밤을 새웠다’라는 말씀을 드릴까 했으나 맛있는 식사가 나와 웃음으로 넘길 수 있었다.

※법률 포인트 정리

가사 재판 핵심 원칙: 아이의 복리(benefit of the child) 최우선

실수 포인트: 아들과의 대화 녹음 제출 → 판사에게 부정적 인상

※승소 전략

아이 관련 증거 전면 배제 + 반성 의사 제출

상대 서면 철저 분석 → 약점 반격

기존 증거 재정리 + 새로운 증거 발굴

선고 전 참고서면에 총력

글 최가경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변호사(가사/상속팀).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자산가 이혼, 상속 사건 및 유명 연예인 사건 다수 수행. 서적 <가정법원 너머의 이혼상속 상담일지>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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