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이 더워서 움직이기 힘든데, 장작 가지러 매점까지 안 가도 돼서 정말 편하네요.”
경기도 파주시 평화누리캠핑장. 이곳은 비무장지대(DMZ)와 가장 가까운 캠핑장으로 최근 국내 최초로 '룸오더'를 도입했다. 호텔처럼 캠핑장에서도 필요한 물품을 주문하고 결제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핀테크 기업 '페이히어'가 개발했다. 카라반과 글램핑 내부에 비치된 태블릿으로 장작, 그릴, 화로대, 캠핑 테이블, 의자, 추가 이불까지 모두 터치 한번에 요청할 수 있다. 서빙 로봇인 '캠찌'가 가져다 주거나 직원이 카트를 타고 객실까지 배달한다. 이외에도 조식, 개인 수영장, 주변 관광지 입장권, 제휴 할인권까지 구매가능하다.
매점까지 거리는 150m 이상으로 5분 넘게 걸어야 했다. 특히 장작은 10kg이 넘어 결국 차를 이용해야 한다. 만약 술이라도 마셨다면 이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화 주문으로도 이용했으나 외부 문의전화와 번호가 겹쳐 연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제는 태블릿 몇 번만 누르면 된다.
한 캠핑장 이용객은 “룸오더가 캠핑장에 있으니 부대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며 “예전에는 직원을 자주 부르기가 민망해서 참곤 했는데, 이제 눈치보지 않고 캠핑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렌탈 용품이 사진과 함께 정리돼 있어, 일일이 직원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다.
평화누리캠핑장은 룸오더 도입 이후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150% 증가했다. 이곳은 월평균 약 1만 2000명이 찾는 곳으로 객실 가동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룸오더로 부대 매출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룸오더의 인기 기능은 '직원 호출'이다. 시설 이용 중 문제가 생기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호출 버튼으로 빠르게 응대를 받을 수 있다. 전반적인 고객 만족도가 높아졌다.
사용자 편의성도 눈에 띈다. 글씨가 커지는 '큰 글씨 모드'는 고령층을 배려했고, 영어·중국어·일본어 기능은 외국인 고객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밤에는 태블릿 화면 밝기를 자동으로 낮추는 '수면 모드'로 숙면을 방해하지도 않는다. 각 객실 태블릿에 공지사항을 팝업 형태로 전달할 수 있어, 분실물, 체크아웃 시간 등도 전할 수 있다.
전쟁의 흔적이 남은 DMZ와 맞닿아 있는 평화누리캠핑장. 하지만 이 캠핑장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