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6시 대통령실 문 따는 '용산 자매'…출장 땐 기념품 선물

2025-11-08

지난 1일 밤 9시 30분쯤 경주역 승강장에서 만난 전은수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들뜬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손은 자신의 몸체만 한 캐리어 위에 꽁꽁 싸맨 캔버스백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캔버스백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협찬사인 패션브랜드 ‘마뗑킴(Matin Kim)’이 APEC 기념품으로 제작해 각국 정상·귀빈들에게 제공했다. 전 부대변인이 APEC을 마치고 상경하면서 경주 현장에서 인기가 높았던 이 기념품을 안 부대변인을 위해 따로 챙긴 것이다. 안 부대변인은 “역시 전 부대변인은 따뜻하고 귀여운 언니”라고 반응했다.

전 부대변인은 89년생인 안 부대변인보다 다섯살 위다. 울산 출신이란 공통분모를 가진 두 사람은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의 공동 부대변인을 지내고 있다.

출장길 기념품을 먼저 건넨 건 안 부대변이었다. 8월 첫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한 이재명 대통령을 수행한 안 부대변인이 백악관에서 ‘볼 캡’ 모자를 사와 전 부대변인에게 선물했다. 모자는 전 부대변인의 초등학교 2학년생 아들이 현재 쓰고 있다. 이어 전 부대변인도 9월 이 대통령의 UN 총회 뉴욕 순방길에 동행할 때 ‘UN 굿즈’ 티셔츠를 사 오면서 두 사람 사이에 기념품을 교환하는 작은 전통이 생겼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서로가 업무에서도 구멍이 나지 않더라도 정보를 공유하고 살뜰히 협업하는 걸로 안다”며 “틈틈이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두 사람이 이처럼 가까워진 건 대통령실에서 고락(苦樂)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매일 새벽 6시 대변인실 문을 열고 가장 먼저 출근한다고 한다. 이어 한 사람은 조간 보도를, 나머지 한 사람은 오전 8시 강훈식 비서실장 주재 일일 점검 회의 자료를 격일로 돌아가면서 정리한다. 비보도를 전제로 출입기자단 안내를 위해 열리는 오전 7시 40분 ‘모닝 브리핑’도 두 사람이 격일로 나선다. 브리핑을 위해 정책실·국가안보실 등에 사전에 묻기도 한다.

‘정치 선배’들도 이들을 각별히 챙기는 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6월 둘을 따로 데리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대구탕 집에서 밥을 먹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부대변인과 대변인을 연달아 지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7월 용산을 일부러 찾아 “고충을 잘 안다”며 두 사람을 위해 밥을 사주고 이런저런 조언을 건넸다고 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생중계 브리핑은 대개 대변인이 직접 하다 보니 부대변인은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는 위치”라며 “그런데도 전 부대변인과 안 부대변인이 의욕 있게 정말 열심히 업무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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