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국제부장 = "비용 삭감 업무에 매주 80시간 이상 일할 용의가 있는 아이큐가 높은 혁명가들이 필요하다. 이것은 지루한 작업이고 많은 적을 만들 것이다. 보수는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정부에서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엑스(X)에 낸 구인 공고 내용이다.
이처럼 파격적인 구인 공고를 낸 정부효율부가 대체 무엇을 하는 조직일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 역할이나 정부 내에서의 위치, 권한 등에 대해 자세히 알려진 것이 없다. 아직 아무런 조직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있는 거라고는 X 계정뿐이다.
수수께끼 투성이의 정부효율부지만 수장인 머스크가 내세운 목표는 분명하다. 머스크는 6조7500억 달러(약 9420조원)의 연방 예산 중 30%에 달하는 2조 달러(약 2790조원)를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내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신경 쓰이는 대목이 있다. 미국의 대폭적인 예산 삭감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달 4일 조 바이든 현 행정부와 2026년부터 적용될 방위비 분담금을 연 1조5192억원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로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원)를 지불해야 한다"며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시사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의회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 당선자 랜드 폴은 지난 7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예산 삭감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은 자국 방위에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아니면 주한미군을 불러들여 (국방비를) 절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머스크의 위세는 대단하다. 트럼프 당선 뒤 외국 정상과의 통화에도 배석하며 그야말로 실세임을 증명하고 있다. 트럼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통화할 때 머스크도 참여했다.
트럼프가 당선 이후 지금까지 유일하게 대면으로 만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도 머스크가 동석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정부 예산 삭감을 1순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던 인물이다.
트럼프의 측근 중 한 명은 언론에 "머스크가 공동 대통령인 것처럼 행동하고 그것을 모두에게 알리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트럼프 2기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된 수지 와일스는 직책을 수락하는 조건으로 누가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지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했다. 백악관 문고리 역할을 하겠다는 건데, 그 문고리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쥔 자는 머스크가 될 듯하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머스크 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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