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차단’ 선봉 김장겸 의원 '나무위키 투명화법' 공론화 예고
"나무위키, 불법정보 유통해 국내서 100억 수익 얻지만 책임 회피"
전자파 가짜뉴스 탓에 데이터센터 설립에 '코리아 패싱' 현실화
"국가성장동력 확보에도 방해되는 가짜뉴스 근절 위해 노력할 것"
[미디어펜=최인혁 기자]국회에서 ‘나무위키 투명화법’ 발의를 예고한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일각에서 제기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에 대해 “정체를 숨기고 허위사실로 남을 비방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책임이 따르지 않는 범죄행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오픈형 백과사전으로 알려진 나무위키가 불법정보 유통으로 수익을 거두는 것까지 ‘표현의 자유’라고 옹호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입법을 통해 불법정보 유통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방지하고, 불법정보 유통자들에게 법적, 사회적 책임을 부여할 수 있도록 규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디어펜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가짜뉴스 근절에 앞장서고 있는 김 의원과 만나 나무위키 투명화법 발의를 예고한 이유와 그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의원은 언론인 출신으로 제33대 MBC사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서 당선돼 이번 22대 국회에 입성했다. 현재는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과 통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 의원은 나무위키 소유법인인 우만레에스알엘(umanle S.R.L)의 정체에 대해 "불법정보를 유통해 영리활동을 하는 정체불명의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우만레에스알엘이 국내에서 연간 10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거두고 있지만, 소재지와 운영자가 불분명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우만레에스알엘은 파라과이에 소재하고 있는 기업이다. 나무위키, 아카라이브, 나무뉴스, 뉴리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 위치한다고 밝힐 뿐, 정확한 소재지와 운영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 서비스만으로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운영진은 한국인으로 추정될 뿐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들은 정체를 숨기기 위해 외부와 이메일로만 소통한다고 한다. 특히 국내법이 적용되기 어려운 파라과이에 법인을 둠으로써 법적 책임을 피하고 있다. 김 의원은 나무위키에서 불법정보가 유통되면서 피해자들이 계속 나오는 상황이지만,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실제 나무위키에 들어가보면 공인을 포함해 일반인들에 대해서도 민감한 개인정보가 다수 노출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정을 요청하기 위해 연락을 취하기도 어렵고, 어렵사리 연락이 닿더라도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나무위키가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잘못된 정보를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나무위키가 국내에서 영리활동을 하는 기업인 만큼, 사회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면서 "정체를 숨긴 채 성착취물, 개인정보와 관련한 불법정보를 유통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부정행위도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나무위키를 운영하는 우만레에스알엔은 아카라이브라는 사이트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사이트에 성착취물 등이 수천 건 올라와 신고가 이뤄졌고 이에 대한 시정 요구도 1000건 가까이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무위키를 이용하고 있지만, 이 기업이 정체불명의 회사라는 점과 이러한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나무위키가 가진 영향력과 사회적 파급력이 상당함에도, 나무위키는 경제적인 이익만을 가질 뿐 책임은 지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원실에서 파악한 바로 나무위키는 배너광고 등을 통해 연간 순이익이 100억원을 얻고 있다. 트래픽은 하루에 4500만 명에 달한다. 이는 중앙언론사 10곳을 합친 분량이다. 영향력이 크지만 정체를 알 수 없기에 발생하는 피해를 호소할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김 의원은 “잘못된 내용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이들과 이메일로만 소통할 수 있는 것도 문제인데다 정체불명의 회사에서 개인의 신분증을 요구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신분증을 제출했는데도 즉각적인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의원은 나무위키 투명화법으로 알려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불법정보를 유통하고 수익을 얻는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역설했다.
김 의원이 준비 중인 개정안은 국내 대리인 지정 기준이 이용자 수와 매출액으로 규정된 현행법을 방문자 수와 트래픽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국내에서 영리활동을 하는 글로벌 IT기업인 구글, 메타 등이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고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처럼 나무위키에도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이 부여돼야 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김 의원은 개정안에 불법정보 유통방지 규정도 신설할 예정이다. 허위사실과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정보를 유통해 거둔 부정 수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 적극적인 피해 구제는 물론 불법정보 유통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공론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무위키의 문제점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아 입법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 의원은 국민의힘 미디어특위와 함께 오는 12월 ‘나무위키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불법정보 유통으로 발생한 피해 사례 등을 취합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더불어 김 의원은 나무위키 투명화법은 인권 보호와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나무위키 투명화법은 나무위키가 포함된다는 것이지 이들을 표적으로 하는 법안이 아니다. (법안은) 불법정보로부터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가짜뉴스를 차단함은 물론 탈세를 방지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이는 대의적인 측면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는 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 한편, 김 의원은 국회 과방위 소속 의원으로서 가짜뉴스 근절은 물론 국가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 의원은 1호 법안으로 ’가짜뉴스 차단법‘을 발의한 바 있다. 가짜뉴스 차단법은 허위정보가 유통되는 창구로 지목된 포털사이트가 자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포털을 운영하는 네이버, 카카오 등이 민간기업이지만 정보유통을 독과점하고 있어 공적인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이유다.
김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는 뉴스의 75% 이상을 포털을 통해 접하는 구조다. (포털이) 민간기업이라고는 하지만 공적인 책임이 필요하다. 나무위키나 아카라이브 등이 번성하게 된 것도 포털이 이를 방치한 무책임성에서 기인됐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불법정보와 가짜뉴스의 유통이 근절되기 위해서는 포털이 사회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가짜뉴스 근절의 선봉에 서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국가의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가짜뉴스가 방해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짜뉴스 탓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설립 과정에서 ’코리아 패싱‘을 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가짜뉴스 유통은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국가 성장의 동력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현재 전세계가 AI에 매달려 있다. 우리나라도 이를 위한 데이터센터 총 33곳 설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미 17곳이 중단되거나 취소됐다. 주민들이 전자파가 유해하다는 이유로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확인했듯 데이터센터로 발생되는 전자파는 기준 허용치의 13%밖에 되지 않는다. 가짜뉴스 때문에 국가성장동력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면서 국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짜뉴스 근절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의정기간 동안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입법 활동과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을 위해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