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 관계자가 청문회 중 KBS 국회 출입 기자에게 “답변 안 하기 전략으로 가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 포착됐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불성실한 자료 제출과 모호한 답변을 지적받았다. KBS 기자가 박 후보자 측에 조언하며 국회의 사장 선임 절차에 사실상 개입했다는 정황이 확인된 셈이어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박 후보자의 3일차 인사청문회 도중 뉴시스가 찍은 기사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KBS 야당 반장인 김성주 기자는 이날 오전 10시10분쯤 청문회에 참석한 KBS 인사청문준비단 관계자에게 “결국 그 오빠는 윤석열이 아니라고 드러남. 명택균(명태균) 오빠 그대로 받은 건 다 오보 됨”이라고 보냈다. 인사청문준비단 관계자는 김 기자에게 “넵”이라며 “그냥 답변 안하기 전략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KBS가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오빠 카톡’ 논란 등을 소극적으로 보도했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오빠 카톡’을 그대로 보도했다면 결과적으로 오보가 됐을 것이라는 방어 논리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KBS 보도가 친정권이라 김 여사 눈치를 보고 명태균 게이트를 축소보도하는 데 후보자도 상당히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최 위원장은 “자료도 안 주고, 답변 안 하기 전략이 후보자의 전략인가”라고 물었다. 박 후보자는 “제가 이틀 동안 (청문회가) 끝나고 받은 조언이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 ‘말 좀 줄여라’ 였다”고 했다. 최 위원장이 “누가 줄이라고 하나. 용산에서 줄이라고 하나”라고 묻자 박 후보자는 “제 친구들이 그랬다”라고 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김 기자가) 여기에서 일어난 일을 상부에 보고하는 역할일 수도 있다”며 “KBS 측과 인사청문회 팀에서 주고받은 문자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진실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최 위원장은 “사장 후보자의 대응방안을 실시간으로 기자와 인사청문준비단이 주고받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기자가 로비스트인가”라고 했다.
박 후보자의 답변 태도는 청문회 내내 지적돼 왔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대담 촬영본도 제출을 못 하겠다, 배우자 소득 자료마저 안 주겠다, 법인카드 자료는 열람도 안 시켜 주겠다 하니까 청문회를 3일째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노종면 의원은 “인사청문준비단은 자료를 낸다고 했다가 안 낸다고 했다가 알아본다고 했다가 연락이 두절됐다”며 “지금 국회를 가지고 노는 건지, 모욕당하기 싫다”고 했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이 “청문회단 입장에서는 하나의 전략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지만, 과방위는 표결을 통해 김 기자를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 후보자를 두둔했다. 박정훈 의원은 “이틀 동안 청문회를 했는데 낙인찍는 것 이외에는 특별히 드러난 게 없다”며 “파우치를 파우치로 불렀는데도 대단한 문제인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괴롭힐 거 아닌가”라고 했다.
박 후보자는 “권력 앞에 진실을 외면하는 편파적 앵커라는 이미지를 지울 수가 없는데 어떻게 답변하겠느냐”는 이정헌 민주당 의원 질의에 “겉에서 보면 앵커가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방송이 끝나면 온갖 비난과 비평이 고스란히 기자와 앵커에게 쏟아진다”며 “진영논리 속에서 더 심해진 것 같고, 그것 또한 직업인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