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하 윤석열)은 29일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공수처·경찰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가 26일 윤석열에게 보낸 3차 출석요구서는 1·2차 때와 마찬가지로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 4차 출석요구서를 보낸다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윤석열 측 석동현 변호사는 이미 “탄핵심판이 (수사보다) 우선”이라고 ‘선포’한 바 있다. 자기 입맛에 따라 수사와 탄핵심판 중 골라 잡겠다는 내란사범의 후안무치에 시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측은 “아직까지 대통령 신분”이라며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하 박근혜)은 탄핵심판 절차가 먼저 이뤄져 대통령 신분을 상실한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됐다”는 점을 방패막이로 내세운다. 그러나 박근혜 사례는 윤석열에게 적용할 수 없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로 내란·외환죄를 적시한다. 과거 박근혜가 받은 혐의는 직권남용 등 불소추 특권이 적용되는 범죄였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뒤 강제수사로 이어졌다.
윤석열이 받고 있는 내란 혐의는 당장 수사·기소가 가능하다. 더욱이 내란 우두머리(수괴)는 법정형이 최하 무기징역·무기금고일 만큼 중범죄자로 간주된다. 검사 시절 피의자를 공개적으로 불러 망신 주고, 피의사실 공표를 밥먹듯 하던 윤석열이 피의자 방어권을 내세우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중범죄자가 출석 요구에 계속 불응하는데도 공수처는 한가해보인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검찰로부터 윤석열 사건을 넘겨받기 전에는 “내란죄 수괴는 구속수사가 원칙”(12월 9일) “상황이 되면 체포 시도”(11일) 등 큰소리를 쳤다. 사건을 넘겨받고 나자 말이 바뀌었다. “대통령께서 공수처에 출석하는 소중한 시간을 꼭 내주시기를 거듭 요청드리고 원한다”(24일)며 읍소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가. 현직 대통령 수사에 준비가 필요함을 감안한다 해도, 지나치게 느리고 지지부진하다. 더 미적거리다가는 내란동조세력이란 의혹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수사는 지체될수록 증거인멸과 말맞추기 가능성이 커진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26일 연 기자회견은 온 국민 앞에서 내란세력이 벌인, 공개적 말맞추기 시도였다. 이토록 오만방자한 행태를 언제까지 방치할 텐가.
공조수사본부는 윤석열이 29일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곧바로 체포영장을 청구함으로써 법의 엄정함을 보여야 한다. ‘검사 윤석열’이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을 수사했다면, 이미 체포했을 게 분명하다.
윤석열 체포가 시급한 이유는 너무도 많다. 체포는 그 자체로 처벌은 아니지만 단죄의 공식적 서막이다. 윤석열을 관저에서 끌어내 구치소로 보내야 김용현 등 공범들도 제 살 길을 찾아 수사에 협조하게 된다. 그래야만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의 전모를 규명할 수 있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내란죄 수사 및 탄핵심판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26일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15년여 만에 처음으로 1460원을 넘어섰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윤석열의 복귀 가능성을 차단해야 대외 신인도를 회복할 수 있다.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독재자를 체포함으로써, 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정상 작동함을 전 세계에 보여줄 때다.
악은 치밀하고 집요하다. 뻔뻔하고 무자비하다. 악을 물리치려면 악보다 더 치밀하고 집요해야 한다. 단호하고 대담해야 한다. 국가와 시민의 운명이 백척간두 위기에 처했다. 윤석열의 신병을 확보해야 내란죄 수사와 탄핵심판 모두 제 궤도에 올릴 수 있다. 헌정을 회복하고 민생 위기를 진정시킬 수 있다. 윤석열을 체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