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뢰인의 동생은 꽤나 번화한 지역의 고층 오피스텔에 살았다.
엘리베이터가 여러 대나 있어 작업하기엔 편했지만 좀 놀랐다.
상가가 3층까지 채워졌고, 그 위론 사무실, 그리고 더 고층은 주거공간.
살기 편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동생은 죽었다.
밑에 층에서 만난 언니는 40대 후반. 여동생은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고인은 마흔살.
위아래로 꽤 터울이 나는 세 자매였다.
현장은 12층이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아니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엘리베이터는 층마다 섰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
새벽배송을 하는 사람.
오피스텔의 새벽은 남의 출근을 챙겨주는 누군가로 분주하다.
우유 배송작업은 신기했다.
한 사람은 층마다 우유가 가득 든 무거운 팩을 엘리베이터 문앞에만 내려놓는다. 그러면 멀찍이서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해당 층에서 집집마다 우유를 하나씩 넣어준다. 기막힌 팀플레이였다.
자매들은 건물 상가 커피숍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이른 시간에도 문을 열었다.
좋게 보면 이른 아침부터 활력이 넘쳐흐르는 건물이었다.
달리 보면 새벽부터 닦달을 하며 서둘러야 하는 피곤한 곳이었다.
당장 우리 일도 바빴다.
오후 2시까지는 작업을 끝내야 하는데….
12층 그 현관엔 폴리스라인 테이프가 붙어있었다.
서둘러 뜯어내고 조용히 들어갔다.
이 건물의 소란을 더 키우고 싶지 않았다.
안에는 매캐한 탄내가 아직도 가득했다.
화장실에서 연기와 함께 떠났다.
장례는 하루만에 끝내고 곧장 화장을 했다.
그녀가 태운 재처럼 그 역시 하얀 재가 됐다.
…
고인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