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3년 멈춘 원전까지 깨운다…AI 위해 '친원전' 공식화

2025-11-27

일본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사실상 유지해 온 ‘탈(脫)원전’ 기조에서 벗어나 원전 재가동, 신규 원전 추진 등 ‘원전 회귀’에 나서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AI(인공지능) 시대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27일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스즈키 나오미치 홋카이도 지사는 도마리원전 3호기 재가동을 용인하겠다는 방침을 조만간 도의회에 표명하기로 했다. 도마리 3호기는 2009년 가동을 시작했지만 후쿠시마 사고 여파로 2012년 중단됐고, 올해 7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 안전 심사를 통과했다. 홋카이도전력은 2027년 재가동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이어진다. 지난 21일 니가타현은 세계 최대 규모(8.2GW)의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 재가동에 동의했다. 일본에는 신규 계획을 포함해 원전 68기가 있지만 실제 가동 중인 원전은 14기에 그친다.

도마리 원전 재가동은 일본의 반도체 전략과 맞물린다. 홋카이도는 ‘반도체 연합군’ 라피더스의 핵심 거점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2027년 2나노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같은 해 제2공장을 착공해 1.4나노·1나노 칩 생산까지 검토하고 있다. 8개 대기업이 참여한 연합체로, 2031년까지 7조 엔 이상이 투입될 전망이다. 첨단 공장과 AI 데이터센터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해 원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정책 변화를 공식화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월 제7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전 의존 축소’ 문구를 삭제하고 “원전을 가능한 한 최대한 활용한다”고 명시했다. 2040년 전력 구성 목표로 재생에너지 40~50%, 원전 20%, 화력 30~40%를 제시했다. 2023년 원전 비중(약 8.5%)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재생에너지도 필요하지만, 안정적 공급을 뒷받침하는 핵심은 원자력이라고 본다"며 "에너지 자급률 100%를 목표로 소형모듈원자로(SMR), 핵융합로 등 차세대 원자력 기술 및 국산 핵기술 개발이 에너지 전략의 핵심"이라고 제시했다. 반면 대규모 태양광 사업에 대해서는 중국산 패널 의존과 환경 훼손 문제 등을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기업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간사이전력은 기존 원전 부지를 대상으로 신규 건설 가능성을 염두에 둔 지질조사를 검토 중이며, 규슈전력도 차세대 원자로 도입을 포함한 중장기 방안을 살피고 있다. 정부는 신규 원전·송전망 확충을 위한 공적 대출 지원과 차세대 원전 기술 검토도 병행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LNG·석탄 수입 10조7000억 엔(약 100조3000억원)을 지출했다. 전력의 60~70%를 수입 연료에 의존하는 구조가 물가 상승과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지자, 에너지 자급을 위한 원전 회귀가 현실적 해법으로 떠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국은 다른 길을 택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무탄소 중심의 전원믹스’를 내세워 재생에너지 확대와 석탄 감축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정부는 이날 2026년부터 2040년까지 적용되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갔는데, 12차에선 재생에너지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기로 예정된 신규 대형 원전 건설은 공론화를 거쳐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일본은 이미 원자력 비중을 20% 이상으로 가져가겠다고 선언했고, 안전 심사를 통과한 원전을 재가동하면서 동시에 신규 건설을 추진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은 사실상 고립된 전력망, 높은 제조업 비중과 재생에너지 가격 등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한 만큼, 원전 정책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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