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AI 데이터센터 '전력 족쇄' 푼다…정부, 규제 혁파로 골든타임 사수

2025-11-27

정부가 25개 부처를 아울러 총 67개 과제에 달하는 '인공지능(AI) 분야 규제합리화 로드맵'을 확정한 것은 지금 규제 빗장을 풀지 않으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영원히 도태될 수 있다는 '생존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AI가 국가 안보와 경제 전반을 좌우하는 전략 기술로 부상한 상황에서 낡은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이번 로드맵 핵심은 인프라 구축의 걸림돌 제거와 글로벌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속도전으로 요약된다.

정부가 규제 합리화를 서두르는 배경에는 압도적인 글로벌 머니게임이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AI 시장 규모는 2025년 2545억 달러에서 2031년 1조 6800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등에 약 630조원을, 중국은 '인공지능 사업사슬 발전지원' 등에 약 193조원을 투입하며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2026년 AI 예산을 전년 대비 3배 이상 확대한 10조 1000억원으로 편성하며 맞불을 놨지만,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주요국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결국 재정 투입과 동시에 기업이 맘껏 뛸 수 있도록 '규제 운동장'을 넓혀주는 것이 유일한 승산이라는 계산이다.

이번 로드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력계통영향평가'의 대대적인 손질이다. 그동안 데이터센터 업계는 신규 센터 구축의 최대 진입장벽으로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지목해 왔다.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무관한 '지방재정기여도', '직접고용효과' 등 비기술적 항목이 평가에 포함돼 있어 사업자의 행정적 부담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력 계통에 여유가 있는 지역까지 포함해 전국을 대상으로 평가가 진행되면서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됐다.

정부는 이러한 비효율을 걷어내기 위해 전력계통, 전력 수요와 무관한 비기술적 평가 항목을 과감히 개선하기로 했다. 특히 국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비수도권에 들어서는 'AI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정책적 평가 항목 우대 방안을 마련한다. 이는 전력 족쇄를 풀어 AI 인프라 확충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지역 분산을 유도하겠다는 포석이다.

이와 함께 데이터센터 운영의 발목을 잡던 불합리한 건축 규제도 현실화한다. 상주 인력이 거의 없는 데이터센터 특성을 반영해 미술작품 설치 의무를 완화하고, 승강기 설치 기준에서 전산실 면적을 제외해 기업의 운영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반도체 공장 건설 규제 역시 현장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된다. 층고가 8m에 달하는 반도체 공장 특성상 소방관 진입이 불가능한 높이임에도 획일적으로 적용되던 '소방관 진입창' 설치 의무를 개선하고 , 배관 설치를 가로막던 방화구획 기준도 완화해 생산 라인 구축 속도를 높인다.

AI 서비스 확산을 위한 규제 개선도 병행된다.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 기존 노선 위주였던 시범운행지구를 '도시 단위'로 대폭 확대 지정하고, 지자체에 지정 권한을 부여해 행정 절차를 단축한다. 또한 실외이동로봇의 운행안전인증 평가 항목을 기존 16개에서 8개로 통폐합해 상용화 시계를 앞당긴다.

결국 이번 로드맵은 AI 산업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대수술을 통해 기업이 글로벌 빅테크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닦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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