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석 총리가 2025 중앙포럼 ‘AI 시대의 새로운 비전과 리더십’ 축사에서 “AI(인공지능) 시대에는 하루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라고 한 것은 시의적절한 발언이다. 전 세계가 AI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 의도만 좋다고 바라던 효과가 저절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AI 시대 맞아 국제경쟁 치열해져
외국보다 관련 예산 턱없이 부족
AI 활용 시장과 수요 창출도 중요
데이터 활용 등 각종 규제 풀어야
미국은 초대형 AI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2029년까지 우리 돈으로 거의 750조원에 달하는 5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20개 초대형 AI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AI를 산업 전반에 적용하는 AX 전략을 추진한다. AI 개발을 위한 시장 자유화와 규제 완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1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AI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유럽도 변했다. 유럽위원회는 지난 10월 산업 및 공공 부문에 AI 도입을 위해 340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는 AI 인프라에 185조원을 투자하여 유럽의 AI 파워하우스가 되려고 한다. 2018년 빌라니 보고서를 통해 AI를 연구·개발(R&D)과 산업에 활용하기 위한 3단계 전략도 추진 중이다. 독일 메르츠 수상도 최근 AI 개발이 미국과 중국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을 비판하며 유럽의 기술 주권 확보를 주장했다.
중국 중앙과 지방정부의 2025년 R&D 예산은 약 800조원으로 AI, 바이오, 양자기술, 6G 기술개발에 집중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 기업인 알리바바도 클라우드와 AI 인프라에 3년간 7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LLM 모델은 딥시크, 알리바바의 QwQ 등 80개 이상이 경쟁 중이다.
우리 정부는 내년 예산 중 AI에 총 10조1000억원을 배정했다. 공공분야 AI 도입에 2조6000억원, 인재양성에 7조5000억원이다. 하지만 이는 전체 예산 728조원의 1.4%에 불과하다. 미국은 내년도 9300조원의 정부 예산 중 AI 관련 예산으로 7.7%에 달하는 720조원을, 중국은 중앙 및 지방정부 내년 예산 5200조원에서 15.4%인 800조원을 AI 등 첨단기술개발 예산으로 배정했다.
필자는 11월 초 베이징포럼에서 베이징대를 비롯한 많은 대학과 함께 AI 기반 미래 교육에 대해 발표할 기회를 가졌다. 이미 중국은 AI로 교육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에 놀랐다. 중고 수학에서 교사 대신 AI가 핵심 내용을 분석하여 개인 맞춤형으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에듀테크 기업들은 AI로 분석한 학생들의 학습활동과 평가를 그래프와 그림으로 보여주는 대시보드를 모니터에 띄워주고, 강의 목소리를 AI로 분석하여 그래프로 제시한다. 음높이와 발음의 명확도를 개선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AI 경쟁력을 위해서는 컴퓨팅 센터, 데이터, 인력의 3대 요소가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AI를 활용하려고 하는 AI 문화이고, 컴퓨팅센터 구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를 활용하려는 수요 창출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개발되어도 시장이 형성되어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면 기술은 사장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업기술 정책에서도 기술공급(technology-push)보다 더 중요한 것이 수요 창출(demand-pull)이라고 강조한다.
전 세계 에듀테크 시장은 2025년에서 2029년까지 연평균 15.9%로 성장하여 722조원 규모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에듀테크 회사들이 혼신의 노력으로 개발한 디지털 AI 교과서가 정권이 바뀌자 교과서로 채택되지 못하고 교육 자료가 되었다. 그것도 채택률은 전국 평균 32.4%에 불과하다. 지역별로 대구 98.1%에 비해 서울은 24.8%에 그쳤다. 개발에 참여했던 에듀테크 회사들은 수천억 원의 손실을 보았다고 불만이다.
교사들과 충분한 사전 소통이 부족했다고 하지만, 교사들은 지식의 전달이 AI 교과서로 바뀌면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할지 모른다. 이제 영어나 수학 교육에서도 형식지의 전달은 AI 교과서에 맡기고, 교사들은 교과와 관련된 폭넓은 사고와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주는 코치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일 년간 1만 50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대부분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지원부서 인력이었다. 코딩과 프로그래밍은 AI가 더 잘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지원하는 AI대학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만 교육하여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AI 시대에는 집을 지을 때 벽돌공보다 건축 설계사가 더 중요하듯, 프로그래머보다 창의적인 AI 활용 인력이 더 필요하다.
개인정보 보호 등 규제로 막혀있는 병원의 의료 데이터, 법원의 판례 데이터, 기업의 제조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들을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AI 기술 발전도 가속화될 수 있다. 흔히 오른쪽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을 한다고 한다. AI를 육성한다면서 AI 규제는 오히려 강화되는 것은 아닌지, 정책 의도와 효과의 미스매치 현상을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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