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반도체 전쟁 속에서 한국 정부도 중국·미국처럼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첨단전략 기술에 해당되는 팹(공장)이나 생산라인 단위로 보조금을 주자는 주장이 여야 초당적 모임에서 제기됐다. 반도체 대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재벌 특혜’로 보는 일각의 반감을 감안해, 팹 단위로 설립한 법인에 보조금을 지원하자는 아이디어다.
24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한중의원연맹의 ‘인공지능(AI) 전쟁 중심에 선 중국 반도체산업 전망과 한국 대응전략’ 연구용역 최종 결과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총 15개의 정책 제언이 실렸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조국혁신당 의원 100여 명으로 구성된 한중의원연맹은 지난6월 연구 용역 결과에 대해 지난 20일 국회에서 최종 보고회를 가졌다.
이번 연구 용역을 총괄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의 전병서 소장은 “중국은 그동안 투입한 1~2기 펀드를 합한 규모만큼의 3기 펀드(약 257조5476억원)를 지난해 투입하기 시작했다”라며 “정부 주도의 천문학적 투자와 AI 칩 수요 폭증, 미국 제재의 역설까지 맞물리며 중국 반도체의 국산화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돼 2030년이면 국산화율 70%를 달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2027년까지는 한국 반도체에 기회가 열려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전까지 한국이 기술 초격차를 이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한국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파격적 지원으로 기술력을 높이고, HBM을 희토류처럼 전략 물자로 활용해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가 중국의 보조금 기반 산업 육성 방식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차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의 경우, 본사 아닌 SMIC 심천, SMIC 상해, SMIC 북경 등 지역별 자회사가 정부의 투자를 받았다. 기업은 유연하게 자본을 확보할 수 있고 정부는 지역균형발전과 지역 간 경쟁 유도 등을 꾀할 수 있는 방식이다. 보고서에선 “한국도 HBM을 생산하는 라인이나 공장별로 법인을 만들고 여기에 정부가 투자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대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우려를 잠재우면서 최첨단 라인에 정부의 직접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중의원연맹 회장이자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도체 분야 투자를 위해 현재 산업은행이 15조원 정도 증자를 했으며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도 분야별 배분을 앞두고 있다”라며 “별도 회사를 만들어 기업과 정부가 공동 투자하는 중국 모델에 동의하고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팹 투자에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만큼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국민성장 펀드로부터 자본을 조달하는 방식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회가 먼저 움직여준다면 기업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이재명 대통령과 간담회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600조원이 투자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별도 법인 설립을 위해서는 주주 동의를 구해야 하는 등 세부 절차가 필요하지만 한국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 갖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건 환영한다”라며 “다만 반도체특별법이 입법도 되지 않은 상황이라 실제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의원연맹은 2022년 한중 간 친선교류와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설립한 의회교류 단체다. 올해만 해도 6월 상하이·항저우, 8월 하얼빈·다롄, 11월 충칭·청두 등 중국의 산업 혁신 현장을 탐방했다. 김태년 의원은 “중국의 기술굴기가 두려울 정도인데 우리가 그나마 조금 앞서 있는 분야가 바로 반도체”라며 “연구 결과를 의원들과 공유하고 정부 각 부처에도 전파해 향후 반도체 산업전략에 참고하도록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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