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따라 경제계는 탄핵 정국이 일단 해소된 만큼 대미협상 컨트롤타워가 빠르게 가동되길 기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도 조만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사실상 공백 상태인 대미협상 컨트롤타워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주요 대기업은 탄핵 정국으로 혼란스러웠던 정치권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조기대선과 이후 빠른 국정 안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기대선까지 사실상 두달여 간 대미협상 컨트롤타워가 계속 공백 상태인 만큼 당장 부과된 국가별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에 대한 대응 우려가 여전하다.
주요 대기업은 미국의 국가별 상호관세 영향을 점검하고 있지만 앞으로 국가별 협상에 따라 실제 부과되는 관세율이 변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준비한 시나리오별 대응도 보강하는 모습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가별 상호관세를 비롯해 반도체, 철강, 배터리, 가전, 스마트폰 등에 걸친 글로벌 생산기지 대부분이 관세 영향권에 놓였다. 베트남, 중국, 멕시코 등 주요 생산기지가 관세 영향권에 속해 북미로의 생산물량 이전은 물론 최악의 경우 현지 공장 신설 투자까지 검토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사실상 대미협상 컨트롤타워가 부재했었고 대선까지 공백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미국간 빠른 협상으로 한국과 주요 산업군에 대한 관세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당장 글로벌 공급망 전략에 변화를 주기보다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관세 부과로 인한 실제 가격 인상 영향과 기업의 감내 가능한 범위 등을 계속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전쟁에 직격탄을 맞은 철강업계는 빠른 정국 안정화와 대미 협상 컨트롤타워 정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의 경우 상호관세는 피했지만 지난달 12일부터 25% 관세가 부과됐다. 그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중심으로 대응해 왔는데 리더십 공백을 해소해 더욱 긴밀히 협상하는 게 절실해졌다.
불공정 저가 수입 철강재 유입과 시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에 대한 정책 지원도 속도를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회 반덤핑 차단과 연내 발표될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 등을 빠르게 발표해 철강업계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중국발 과잉공급 및 수요감소와 더불어 미국의 관세전쟁으로 인한 간접 피해까지 우려된다. 이에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부각돼 왔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지만 당시 계엄 선포 여파 등으로 후속 대책 추진 동력이 떨어졌다. 탄핵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석유화학산업 지원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상반기 내 후속 지원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기업별 인수·합병 시나리오, 스페셜티 전환 등 적극적인 정책 내용이 담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주목을 받아왔던 조선업계도 알래스카 프로젝트 참여 등 미국의 압박에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정부가 열심히 노력해왔지만 리더십 공백의 영향은 컸다”면서 “혼란스러운 정국을 안정지키고 정책 집행력을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