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병합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플랫폼 업계는 법 제정 시 국내 플랫폼만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15일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22대 국회 들어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병합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이번 연구 용역은 참여연대 온라인 플랫폼 불만 신고센터장을 맡았던 서치원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가 총괄한다. 김남근 의원실은 새 원내대표 선출과 함께 연구 용역 결과가 제시되면 당과 온플법 입법 전략을 설계할 계획이다.
김남근 의원실 관계자는 “여러 의원이 온라인 플랫폼법과 독점 규제법, 거래 공정화법을 분리해 발의했는데, 이를 분석해 하나의 법안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온플법안은 18건이다. 이 중 17건이 소관위에 접수·심사됐다. 한창민(사회민주당)·신장식(조국혁신당) 의원이 발의한 3건을 제외한 14건이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이다. 주로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 규제' '중개 거래의 공정화'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플랫폼 업계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민주당이 온플법 입법에 속도를 내는 것에 긴장하고 있다. 문제가 있는 사안은 현행 공정거래법이나 대규모 유통업법으로도 규제가 가능한데도 플랫폼 기업만을 별도로 규제하려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번 연구 용역은 참여연대에도 소속된 서 변호사가 총괄하는 만큼 시민단체 입장만 두드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 용역 결과가) 어느 한쪽 입장만 확증 편향돼 나올 수 있다”면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과정에서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 플랫폼 규제를 다시 추진하는 것에 대한 실망감도 감지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공약으로 제시하며 AI 진흥책을 강조했지만, AI 기술 핵심인 플랫폼 기업에 대해서는 규제 입장을 보였다.
온플법이 입법되면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들이 사정권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법안은 주로 연 매출 5000억원 이상 또는 국내 소비자 대상 판매액 3조원 이상인 플랫폼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될 수 있지만 해외 본사를 둔 외국계 기업 특성상 실질적인 처벌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플랫폼 기업은 규제받지만, 해외 기업은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는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온플법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이 소속된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지난 3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 기업을 불균형적으로 표적으로 삼는 집행 조치는 차별적 대우의 증거이며, 합법적 상거래에 대한 불합리한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USTR는 지난 3월 발간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한국의 플랫폼 규제 법안을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