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동물원에 있던 고릴라가 강화 유리가 깨질 정도로 달려들어 관람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CBS 8에 따르면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서부 로랜드 고릴라 '데니'(10)가 소동의 주인공이다.
관람객 카메라에 녹화된 영상을 보면,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고릴라 데니가 유리벽으로 달려들었다. 깜짝 놀란 관람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모습도 녹화됐다. 데니가 들이박은 유리벽은 3중 강화유리로, 이 중 한 겹이 충격으로 깨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관람객은 “내 얼굴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팔꿈치로 유리를 쳤다. 난 너무 놀라서 뒤로 넘어졌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려고 올려다보니 고릴라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나와 눈을 마주쳤고, 그 다음 유리벽에 거대한 균열이 생겼다. (균열 크기는) 거의 6피트, 꽤 컸다”고 회상했다.
샌디에이고 동물원 관계자는 뉴욕포스트에 “데니는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았다. 패널 교체가 진행되는 동안 데니와 우리에 사는 다른 고릴라들은 보살핌을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수컷 고릴라, 특히 청소년기에는 이런 행동이 일반적이다. 에너지가 폭발하면서 돌진, 물건 끌기, 옆으로 달리기 등 역동적인 행동은 어린 수컷 고릴라에게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샌디에이고 대학교 교수인 에린 라일리 박사는 “고릴라, 특히 수컷들에게서 종종 '돌진'을 하는데, 일종의 과시 행위다. 현장에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누군가가 자극했을지도 모른다”면서 “고릴라가 싫어하는 행동 중 하나는 눈을 직접 쳐다보는 것인데 동물원 방문객들은 이를 항상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부 로랜드 고릴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영장류다. 수컷 성체의 무게는 최대 225kg에 달한다. 중앙아프리카 원산으로, 서식지의 삼림 벌채로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