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대기업 직원들에게 10억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지급해 700억 원 상당의 불량 장비를 판매한 건설 산업 분야 협력 업체 대표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금품을 수수한 대기업 직원들은 총 7명이었다. 경기남부경찰청의 수사에 따르면 업체 대표는 리베이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법인 자금 15억 원을 횡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번 제품 판로를 개척하면 막대한 이득을 볼 수 있는 건설 산업 분야 특성을 이용해 불법으로 뇌물 형태의 금전을 지급한 것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9일 의료계와 건설 업계 등 민간 분야에서 발생한 각종 불법 리베이트와 금품 수수, 정보 유출 및 브로커 이권 개입 등 공직사회에서 생긴 공직자 부패 비리에 대해 특별 단속에 나서 2617명을 단속하고 1394명을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중 혐의가 중한 42명은 구속됐다.
경찰은 불법 리베이트 및 공직자 부패 비리 근절을 내세우며 지난해 9월 2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특별 단속을 추진했다. 중점 단속 대상은 불법 리베이트의 경우 △의료 의약 △건설 산업 △경제 금융 △공공 분야 등이다. 부패 비리는 △금품 수수 △권한 남용 △정보 유출 △재정 비리 △부정 알선 및 청탁 등이다.

불법 리베이트와 관련해 경찰은 총 1050명을 단속해 682명을 송치하고 16명을 구속했다. 단속 대비 송치 인원 비율은 64.95%다. 분야별로는 597명이 단속된 의료 의약 분야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건설 산업 분야 292명, 관급 거래 등 공공 분야 83명, 경제·금융 분야 78명 등으로 뒤를 이었다.
경찰 수사의 방아쇠가 된 것은 의료계 불법 리베이트의 민낯을 드러낸 고려제약 사건이다. 지난해 10월 특정 제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고려제약 직원으로부터 2억 2000만 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가 구속됐다. 이들은 현금은 물론 각종 금품과 골프 접대 등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수사 대상을 확대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90여 개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사 등 의료인 334명을 대상으로 자그마치 42억 원에 달하는 불법 리베이트가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경찰은 의사와 제약 회사 임직원 등 340명을 검거해 2명을 구속했다. 은행 빌딩에 약국으로 입점되는 대가로 약사로부터 2억 8000만 원 상당을 수수한 은행 직원 등 6명이 검거되는 사례 또한 있었다.
공직자 부패 비리 사범의 경우 1567명이 붙잡혀 이 중 712명이 송치됐으며 26명은 구속됐다. 송치 인원 비율은 45.43%다. 금품 수수를 하다 붙잡힌 인원이 526명으로 가장 많았다. 재정 비리는 445명, 권한 남용은 401명, 불법 알선 청탁은 120명, 정보 유출은 75명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펜션 업주로부터 펜션 부지 용도 변경 청탁을 받고 현금 2000만 원과 138만 원 상당의 안마의자를 수수하고 펜션 거실 등에서 업주를 추행한 김진하 양양군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22년 영업정지를 당한 카페 업주로부터 영업 재개 청탁을 받고 980만 원 상당을 정치자금 명목으로 수수한 정우택 전 국회의원도 포함됐다.
경찰은 특별 단속 기간 중 중요 사건에 대해서는 시도 경찰청 중심 수사 체계를 구축해 전방위적인 단속에 나섰다. 그 결과 전체 단속 인원의 절반 이상인 1489명을 시도 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등 수사 부서에서 수사하는 성과를 냈다. 경찰은 앞으로도 공직자 부패 비리 등에 대한 상시 단속 체제를 지속 유지할 예정이다. 특별 단속 기간 내에 종결하지 못한 사건과 관련한 906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개별 사건에 대한 홍보 역시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