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하지원 추도사 낭독
동료·제자들 마지막길 동행
“컷, 소리에 일어나셨으면…”
“질문을 멈추지 않던 예술가”
“어떤 하루를 다른 하루로 지울 수 있다면 그날(25일) 그 새벽을 잘라내고 싶습니다. 오늘 이 아침도 지우고 싶습니다. 거짓말이었으면, 드라마 한 장면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선생님이 ‘오케이, 컷’ 소리에 툭툭 털고 일어나셔서 ‘다들 수고했다. 오늘 좋았어’ 하시면 좋겠습니다.”
배우 김영철은 27일 오전 5시30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국민배우 이순재의 영결식에서 목멘 소리로 추도사를 낭독했다. 김영철은 “선생님은 우리에게 연기의 길을 보여주셨지만, 그보다 먼저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신 분이셨다”며 “선생님의 눈빛 하나, 짧은 끄덕임 하나가 후배들에게는 ‘괜찮다, 잘하고 있다’는 응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께서 어느 날 제게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영철아, 하루하루를 살아낸다는 게 결코 만만치가 않다. 항상 겸손하고 늘 진심으로 살아야 한다.’ 그 따뜻한 말씀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이제서야 그 울림의 깊이를 알 것 같다”고 했다. 김영철은 TBC 탤런트 후배다.
영결식장은 배우 정보석, 김영철, 유동근, 최수종, 박상원, 이원종, 정동환, 정준호, 정일우, 정태우,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코미디언 정준하, 방송인 장성규, 그리고 그가 연기를 가르쳤던 제자들로 가득 메워졌다.
사회를 맡은 정보석은 “선생님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우리 후배들이 따라갈 수 있는 큰 역사였고, 선생님은 항상 제일 앞에서 큰 우상으로서 저희 후배들이 마음 놓고 연기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셨다”며 목이 메었다. 정보석은 그러면서 이순재를 “연기의 역사”라고 했다.
배우 하지원은 추도사를 통해 “선생님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일 뿐만 아니라 연기 앞에서 겸손함을 잃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던 진정한 예술가였다”며 “깊이 기억하겠다. 사랑한다. 선생님의 영원한 팬클럽 회장”이라고 했다. 하지원은 2012년 드라마 <더킹 투하츠>에서 이순재와 호흡을 맞췄다. 그는 ‘평생 연기했는데 팬클럽이 없다’는 고인의 말에 ‘이순재 팬클럽 회장’을 자처했었다.
추모사 뒤 고인이 방송 등에 출연해 남긴 말을 정리한 7분 분량의 추모 영상이 상영됐다. “현장에 한 시간씩 일찍 간다. 대본을 본다. 나를 보러 온 관객들을 위한 책임이지 않나” “태어나는 조건은 다 다르다. 그러나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의미를 찾아 나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등 생전 인터뷰가 담겼다. 특히 고인의 마지막 무대였던 지난해 KBS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 수상 소감으로 “평생 신세 많이 졌고 감사했다”고 말하는 영상이 나올 때 많은 이들이 흐느꼈다.
추모영상이 끝나고, 추모객들은 향년 91세에 맞춰 준비된 하얀 국화 91송이를 헌화했다. 수많은 추모객이 모이며 마지막에는 조화가 부족해 묵념만으로 조의를 표하기도 했다. 오전 6시30분쯤 영결식이 마무리된 후 고인은 후배와 제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장지인 이천 에덴낙원으로 향했다. 별도 추모 공간이 마련된 KBS 사옥을 방문하지는 않았다.
고인은 지난 25일 새벽 유명을 달리했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 태생인 고인은 서울대 철학과에 다니던 1956년 신영균, 이낙훈, 황은진 등 동기들과 함께 연극반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이 해에 연극 <지평선 너머>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고, 이듬해엔 국내 최초의 텔레비전 방송국인 대한방송 드라마 <푸른 지평선>에도 출연했다.
TBC 전속 배우로 시작해 KBS와 MBC 등을 넘나들며 100편이 넘는 드라마에 출연했다. 대표작은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년)와 <허준>(1999년) 등이다. 2000년대에는 MBC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로 친근한 이미지를 쌓았다.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는 <개소리>로 역대 최고령 대상을 받았다. 고인이 별세한 날 정부는 그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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