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공무원 임금을 3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인상한다. 국가공무원 이탈을 막는 동시에 민간 대기업의 급여 인상 흐름에 발맞추고, 물가와 임금이 함께 오르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려는 취지에서다.
7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인사원은 중앙정부 국가공무원의 월급을 올해 평균 3.62% 인상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1991년 이후 가장 큰 폭이며, 정기승급분까지 포함할 경우 총 임금 인상률은 5.1%에 달한다. 해당 권고안은 향후 내각과 국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되며, 약 28만 명의 국가공무원에게 적용된다.
이번 인상으로 대졸 신입 공무원의 초봉은 24만2000엔(한화 약 227만 원), 고졸 초임은 20만300엔(한화 약 188만 원)이 된다. 재무성은 이번 조치로 인해 연간 공공 인건비가 약 3340억 엔(한화 약 3조133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일본은행(BOJ)이 강조해 온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이 실제 정책에 반영된 사례로 평가된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임금과 물가를 잇는 긍정적 메커니즘을 확인한 뒤 추가 금리인상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일본 민간 대기업들은 봄철 임금협상(춘투)에서 평균 5.25%의 임금 인상에 합의해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공 부문도 이번 임금 인상으로 여기에 호응하는 셈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이번 임금 조정은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대응책이기도 하다. 일본은 인구 감소와 공직 지원자 급감에 직면하고 있어 공공 부문 처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해 공무원 임금의 책정 기준이 기존 ‘500인 이상’ 민간 기업에서 ‘1000인 이상’ 대기업으로 조정됐다.
일본 인사원은 “인재 유치 경쟁이 심화하는 만큼, 대담한 보수 체계 개혁이 필요하다”며 “현실성 있는 처우 개선이 고급 인재 채용과 사기 진작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민간과 공공의 동시 임금 인상이 일본 경제의 저임금 구조 탈피와 BOJ의 통화정책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블룸버그는 최근까지도 일본 실질임금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어, 물가 상승이 임금 인상의 체감 효과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고 우려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