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T’로 잘 나가던 천재교육, 대규모 권고사직엔 ‘AI 교과서’ 핑계

2025-04-02

AI(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점유율 1위 업체이자 에듀테크 분야 강자로 꼽히는 천재교육 계열사가 대규모 권고사직을 시행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AI 교과서 전면 도입이 취소되면서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하지만 권고사직 대상자들은 “경영 실패로 인한 인력 감축에 AI 교과서라는 핑계를 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2일 취재를 종합하면 천재교과서는 지난달 20일부터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디지털 학습지인 ‘밀크티(T)’를 담당하는 부서 중심으로 대규모 권고사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내부적으론 500명 수준인 콘텐츠 부문을 80명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재교육 측은 교육부가 AI 교과서를 올해 전면 도입하려다 자율 선택으로 선회하면서 경영상 어려움이 생겼다는 입장이다. 천재교육 관계자는 “AI 디지털교과서가 올해 전면 도입됐다면 발생한 수익으로 밀크티 부문에 지원을 해줬을 텐데 사업이 좌초됐다”며 “인력 효율화나 사업 축소를 논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천재교과서의 밀크티 관련 매출액은 2022년 1999억원을 기록했으나 2024년 1752억원으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97억원에서 205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교육시장 선점을 노리고 불려 놓은 몸집을 줄이려는 것이 진짜 이유라는 해석이 나온다. 2023년 에듀테크 업계 전반이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때도 천재교육은 매출 1339억원, 영업이익 63억원을 기록했다. 계약직 직원 B씨는 “밀크티 중고등 콘텐츠 담당 인원이 코로나 초기보다 3배 늘어난 상태”라며 “100여 명인 현재 인력을 22명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밀크티 중에서도 초등 부문은 아직 흑자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밀크티 부문 정규직 직원 A씨는 “왜 초등 부문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흑자를 내고도 권고사직 통보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재교육은 AI 교과서 점유율 58.3%을 기록해 압도적 1위 업체다. AI 교과서 전면 도입 지연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는 있지만 앞으로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와이비엠(15.2%), 비상교육(9.8%)과 격차도 크다. 교과서 업계 관계자는 “정부 핑계를 대고 인력을 과감하게 조정하려는 것으로 안다”며 “업계 일부 회사들은 미래를 고려해 오히려 AI 교과서 관련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재교육의 권고사직은 1년 단위 계약직 채용 관행을 이용한 부당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권고사직 대상자들은 계약직에 집중돼 있고,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았던 직원들이 다수 포함됐다. 계약직 직원 C씨는 “경력직임에도 정규직 전환을 약속 받아 1년 계약직으로 입사했다”며 “회사 근처로 자취방도 계약했는데 갑자기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복수의 직원들은 후속 면담에서 “회사가 원하는 일정에 맞추지 않을 경우 수당이나 위로금을 지급받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강압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고도 했다.

천재교육은 그동안 자녀가 최대주주인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 총판에 ‘물량 밀어내기’ 압박 등으로 논란이 일었다. 강희철 천재교육 공동대표는 2023년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물량 밀어내기’ 압박에 대해 “시정할 수 있는 부분은 시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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