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증가하는 난청 환자
2024년 82만명… 4년 만에 27% 늘어나
“버스 안 소음보다 큰 소음 지속 노출 땐
청력 손상 가능성 있어 주의 필요” 지적
생애주기별 정기 검사로 조기 발견 중요
작은 소리 안 들릴 때부터 보청기 필수
방치 땐 인지 기능 떨어지고 학습 장애

고령 인구가 늘고 생활 속 소음이 증가하면서 난청의 유병률도 높아지고 있다.
난청은 단순히 소리가 안 들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인지 기능 저하·치매와도 연결된다.
난청은 귀를 통해 들어간 소리가 고막∼달팽이관∼청신경을 거쳐 뇌에 도달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생한다. 원인과 발생 양상에 따라 노인성 난청, 소아 난청, 돌발성 난청, 소음성 난청 등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65세 이상에서는 약 40%가 노인성 난청을 겪을 만큼 흔한 질환이다.

◆이어폰 볼륨은 절반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난청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20년 64만6453명이던 난청 환자 수는 지난해 82만3301명으로 4년 만에 27% 증가했다. 의료계에서는 노인성 난청의 경우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청력이 떨어져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만큼 실제 난청 환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난청 예방을 위해서는 △난청 선별검사 △소음 노출 예방 △약물 사용주의 △이어폰·헤드폰 볼륨 조절 등에 신경 써야 한다.
박무균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85㏈(버스·지하철 안 소음)보다 큰 소음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청력이 손상될 수 있다”며 “초등학교 입학 전, 중학교 입학 시, 장년기, 노년기에 정기 검사를 받으면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이어폰과 헤드폰 볼륨은 최대 크기의 절반 이후로 설정하고 한 번에 60분 이내로만 사용할 것을 권했다. 대중교통 등 시끄러운 장소에서는 개방형 이어폰(골전도 이어폰 등)을 포함한 이어폰 사용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주변 소리가 섞여 들어와 볼륨을 크게 설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항암제, 항생제, 이뇨제 등 특정 약물은 난청을 악화하거나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난청·이명 이력이 있는 경우 의료진과 상담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청기 착용 늦어지면 인지기능에 영향
이미 난청이 발생했다면 청각 재활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냉장고 소리나 작은 선풍기 소리(40㏈) 등 작은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부터 적극적인 보청기 사용을 권한다. 보청기 착용으로 소리를 잘 듣게 되기도 하지만, 이명을 억제하고 청각 피질의 퇴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면서 인지 기능 유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난청 방치는 치매와도 연결이 된다. 60세 이상의 치매가 없는 난청 환자 2953명을 20년간 추적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보청기를 사용한 그룹이 사용하지 않은 그룹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61% 낮았다. 랜싯(Lancet) 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치매 위험 요인 14가지 중에서도 난청은 높은 LDL콜레스테롤과 함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박 교수는 “많은 사람이 난청 증상이 심해진 후에야 보청기를 착용하려 하지만, 경도 난청도 소음 환경에서는 청취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며 “말소리를 이해하기 위해 과도한 집중력을 쓰게 되면 학습·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인지 기능 저하와 학습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적극적인 보청기 사용을 권했다. 그는 이어 “난청을 방치해 잘 듣지 못하는 기간이 길수록 뇌의 ‘청각피질’(청각 정보가 모이는 대뇌피질)이 퇴화한다”며 “청각피질이 퇴화하면 시각 등 다른 감각으로 대체되는데, 나중에서야 보청기를 끼고 소리를 들으려 할 때 다른 감각들이 청각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내 경도 난청 환자의 보청기 사용은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지난 9일 대한이과학회가 개최한 ‘대국민 귀 건강포럼’에서 문일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20.5%인 약 205만명이 난청이 심해 보청기 또는 인공와우의 사용이 필요한데 이 중에서 보청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12∼13%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경제적 부담이 큰 이유로 꼽힌다.
문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치매 관리 비용이 GDP의 0.8%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다”며 “노인성 난청 환자에 대한 보청기 착용을 지원해 난청으로 인한 치매만 막아도 국가 재원을 크게 아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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