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가 내년도 예산안에 유사·중복 우려가 있는 사업들이 17개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김경호 예정처 예산분석실장은 5일 국회에서 열린 ‘2025 예산안 토론회’에서 “11개 부처의 17개 사업이 유사하거나 중복될 우려가 있다”며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사업 간 유사·중복성 해소를 통해 재정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 사업의 규모는 총 1987억 원 수준이다.
예를 들어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 생태계 금융 지원 및 SMR산업생태계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고 했는데, 금융위원회에서는 원전산업성장펀드 사업을 실시하는 식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스타트업 법률 지원 사업과 법무부의 창조 중소기업 법률 지원도 중복 우려가 있는 사업으로 지적됐다.
김 실장은 “2조 4868억 원 규모의 신규 사업의 경우 442개 사업 중 20건은 법적 근거 마련, 타당성 검토 등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며 “예산안 산출 근거의 적정성 및 연내 집행 가능성이 미흡한 사업이 8건, 기존 사업과의 차별화나 통합·연계가 필요한 사업이 5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토론 패널로 나선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경제 전망이 너무 낙관적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는 앞서 1분기에 국내총생산(GDP)이 1.3% 깜짝 성장하자 올해 연간 성장률을 기존 2.2%에서 2.6%로 상향했는데, 3분기에는 GDP가 직전 분기보다 0.1%성장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류 교수는 “정부의 올해 경제 전망 2.6%가 가능하려면 4분기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2.1% 성장해야 하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현실적으로 4분기에는 GDP가 0.5% 성장해 연간 2.2% 성장률을 시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정부가 1분기 1.3% 반짝 성장률을 보고 2024년 성장률을 상향했던 것이 전망 오류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 같은 전망에 기대 경제 정책을 운용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올해 예산안 총지출은 경기 침체와 경제 회복으로는 충분치 않은 긴축 예산”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편에서는 건전재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부채가 지나치게 많으면 통화정책만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없다”며 “통화정책이 물가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려면 재정적 뒷받침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석 교수는 이어 “세금을 인상해 총수입을 늘리는 것보다 총지출을 줄이는 정책이 재정적자를 줄여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는 데 바람직한 처방”이라며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1% 줄이기 위해 정부지출을 줄이는 정책이 세금을 인상하는 정책보다 1인당 GDP를 적게 감소시킨다”고 말했다.
석 교수는 또 “재량지출 감축에만 의존해서는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국세에 연동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을 개선하고 특히 교육교부금을 신축적으로 운영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