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경(사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문학회를 통해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시급한 의약품 목록을 전수조사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희귀질환 치료제의 낮은 접근성, 한국의 신약 가격이 낮아 출시 후순위로 밀리는 '코리아패싱' 문제에 대한 후속 조치다. 복지부 장관이 신약 접근성 확대에 강한 의지를 갖고 급여 지연 실태를 파악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진료 현장의 기대감이 높다.
1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달 대한의학회에 공문을 보내 임상적 필요성이 높은 데도 건보 급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약제 목록을 모두 기재해 달라고 요청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신약등재부에서 취합한 건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미허가 또는 식약처 허가 이후 급여 미등재 약제를 합쳐 670여 건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학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환자들이 필요로하는 약에 대한 현장 의견을 들어보기 위한 것"이라며 "식약처 허가 여부와 신청 단계, 제약사의 급여 신청 의지 등을 고려해 약가제도 설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복지부는 약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건보 적용을 위한 급여 적정성 평가와 협상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현재 최대 240일에 달하는 급여 등재 기간을 최대 100일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신약이 식약처 허가를 받고도 건보 급여 등재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환자들이 사용하기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건보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 심사 기준이 까다롭고, 제약사와 건보공단 간 약가협상이 길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신약 급여 허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약 급여 등재 소요일수는 212일로 전년 198일보다 14일(7%) 늘었다. 급여 등재를 신청한 뒤 실제 건보 적용이 되기까지 평균 7개월 넘게 걸린 것이다. 해외와 비교하면 격차가 더 크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에 따르면 2012~2021년 10년간 국내에서 허가부터 급여 등재까지 평균 46개월이 걸려 독일(11개월), 일본(17개월) 등에 비해 2~3년 뒤처졌다. 지난해 7월 보험 급여에 등재된 중증 호산구성 천식 치료제 '파센라'는 급여 등재 신청 후 건보적용까지 무려 368일이 걸렸다.
기존 약제의 급여 적용 기준 개선에 대한 요구도 높다. 국내 환자가 100명도 채 안 되는 극희귀질환인 X염색체 우성 저인산혈증 환자들은 2020년 식약처 허가를 받은 '크리스비타'(성분명 부로수맙)를 두고 애태우고 있다. 평생 투여해야 하는 약이지만 소아 환자에 한해 건보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비급여 기준으로는 환자 1인당 약값이 연간 2억 원 상당 들어간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가 대대적인 약가제도 개편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증 및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치료 접근성 개선의 신호탄으로 보인다”며 “환자 수요가 높은 신약에 대한 확실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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