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회장도 ‘로변’ 시대···첫 설날 맞이한 새내기 변호사들

2025-01-29

최근 전국 3만 명의 변호사들이 소속된 변호사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신임 회장으로 김정욱(46·변호사시험 2회) 변호사가 당선됐다. 변협 회장에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당선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법조계에선 로스쿨 제도가 법조계의 주류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다.

새롭게 법조계에 발을 들인 청년 변호사들은 어떤 고민과 꿈을 품고 있을까. 경향신문은 지난해 치러진 제13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새내기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진우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30), 김소연 법무법인 굿플랜 변호사(28), 원영은 법무법인 율우 변호사(28)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변협회장은 재야 법조인의 대표로서 법조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일반적으로 변협회장은 변호사 자격 징계권과 함께 대법관, 검찰총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등 사법기관 요직의 후보 추천권을 갖는다. 여기에 법률 시장의 방향을 조율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법률 상담 서비스가 법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변협도 AI 기술의 발전에 따른 법조계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협의체 마련을 검토 중이다.

변호사들은 AI 영향력을 체감하는 한편 한계점도 명확하다는 반응이다. 김진우 변호사는 “실험삼아 챗GPT, 슈퍼로이어, 클로드 등 AI로 초안을 작성해봤는데 아주 잘 다루면 초년차 어쏘변호사(소속변호사) 수준은 돼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비싼 이용료에 비해 아직도 잔손질이 많이 필요해서 비용 대비 활용도는 부족해보인다”고 말했다.

원영은 변호사는 “AI가 판례를 지어내기도 하다보니 주로 잘 모르는 업계에서 쓰이는 전문용어의 뜻이 무엇인지 해설하는 용도로만 쓴다”고 말했다. 김소연 변호사는 “젊은 변호사들은 AI 활용에 열려 있는 편이고 호기심도 강하다”면서도 “AI가 생산한 내용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않으면 중요한 사실관계를 틀릴 수 있는 만큼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상이 혼탁할수록 법률가를 찾는다

최근 사건사고가 잇따르며 법적 논란이 커지는 시류 속에서, 청년 변호사들은 변호사로서의 책임감이 한층 더 막중해졌음을 실감하고 있다. 김소연 변호사는 “변호사의 판단은 누군가의 인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 현안에 관한 의견을 물어볼 때면 전보다 더 긴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 대중의 관심이 모인 형법상 ‘내란죄’와 같은 법적 개념은 변호사들에게도 생소한 영역이다. 로스쿨 교육 과정에서도 대부분 조문으로만 다뤄진 사례이기 때문이다. 김진우 변호사는 “지인들이 물어보곤 해서 내란죄 구성 요건을 찾아보고 정리해주기도 했다”면서 “일상적이지 않고 과거에도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이라 어떤 판결이 나올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원영은 변호사도 “TV 뉴스를 보다가도 ‘정당한 비상계엄 선포가 맞느냐’거나 ‘헌재 탄핵심판은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전례가 거의 없던 일들이다보니 법률가로서 더 공부해야 할 지점이 많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젊은 변호사들이 주로 겪는 어려움을 묻자 의뢰인으로부터 신뢰를 쌓는 것이라고 답했다. 자신보다 연소해보이는 변호사들에게 의뢰인들이 쉽사리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영은 변호사는 “파트너 변호사와 의뢰인 미팅을 나갔을 때 40~50대 남성 의뢰인들로부터 ‘사무장님이시냐’는 질문을 받으며 내 능력을 의심받는 경험이 있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김소연 변호사는 “무심결에 조카가 준 ‘하츄핑’ 스티커를 휴대폰 케이스에 붙인 채 의뢰인을 만나러 갔다가 손에 땀을 쥐었다”면서 “이미지도 설득의 중요한 영역인 만큼 일할 땐 휴대폰 케이스도 가급적 간단한 걸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예비 법조인들에게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18일 제14회 변호사시험이 종료됐고, 오는 3월에는 2025학년도 로스쿨 신입생들의 입학이 예정돼있다. 원영은 변호사는 “국가적으로 그 수를 제한하는 제도의 수혜를 입었다는 생각을 하고 부귀영화보다는 사명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우 변호사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며, “그런 꿈들을 잊고 살기 쉬운 만큼 스스로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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