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남준, 앤디 워홀, 뱅크시, 이불 등 예술계의 판을 뒤집은 혁신가들의 주요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가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에서 열리고 있다. 전위예술의 선구자 백남준의 타계 20주기를 앞두고 마련된 이번 특별전에는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으로 삶에 영감을 주는 예술가 7인의 작품 26점이 출품됐다.
지난달 29일부터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위대한 통찰력 : 백남준과 시대의 작가들'은 제목처럼 백남준의 작품이 중심을 잡는다. 우선 백남준이 동서양의 위대한 인물들에게 헌정한 로봇 초상 시리즈가 다채롭게 자리해 눈길을 끈다. 백남준은 각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명과 진보를 이룬 선구자들을 당대 가장 현대적인 형태였던 로봇으로 풀어냈다.
1층 로비에는 조선의 위대한 의학자 허준을 백남준 식으로 해석한 '허준'이 자리했고 지하 전시공간에는 전구와 스피커, TV 모니터 등으로 형태를 갖춘 발명왕 '에디슨'이 전시됐다. 불교 수행과 학문을 위해 중국을 넘어 인도까지 여행한 후 '왕오천축국전'을 남긴 통일신라 시대 승려 '혜초'도 만날 수 있다.
백남준이 드물게 작업한 키네틱 아트 작품인 'K-567'도 출품돼 눈길을 끈다. 원격 조종으로 움직였던 이 로봇은 1995년 서울 강남에서 도로 위를 걷다가 자동차와 충돌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텔레비전 앞에서 실시간으로 TV 화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TV Rodin'도 관람객을 만난다.


백남준 못지 않은 혁신적 예술가들의 작품도 함께 자리해 흥미를 더하는데 특히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아티스트 뱅크시의 'KEEP OU(T)'이 실물로 공개돼 주목받는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 위치한 실제 유럽연합(EU) 입국 게이트를 재활용한 작품은 굳게 닫힌 철제 셔터 위로 출입 금지를 뜻하는 영단어가 마지막 'T'를 뺀 'KEEP OU'까지만 적힌 모습이다. 탈락한 'T'는 작은 쥐의 손에 들린 채 셔터를 잠근 자물쇠를 부수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2019년 여름 런던에서 첫 공개된 작품은 EU 탈퇴를 예고하고 국경을 닫는 등 폐쇄적으로 변해가는 조국 영국에 대한 저항과 비판을 위트 있게 드러내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밖에도 전시에서는 대량생산 기술이 낳은 이미지를 새로운 예술언어로 바꾼 앤디 워홀의 대표작 마릴린 먼로 연작과 달러사인, 플라워 등을 만날 수 있다. 차용과 복제를 통해 원본성에 질문을 던진 리차드 페티본의 작품과 여성 억압 및 테크놀로지 신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아 미술계에 충격을 안긴 이불의 '사이보그 W10', 기하학적 형태와 거울 효과를 통해 공간 인식의 새로운 차원을 제시한 올라퍼 엘리아슨의 '스퀘어 스피어(Square Sphere)' 등도 함께 전시된다. 출품작 대부분은 구매가 가능하다. 전시는 2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