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표문화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우표전시회 '필라코리아 2025'가 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17일 개막했다. 전세계 단 한장 남은 희귀우표부터 국내 최초 발행 우표 등 20만장이 넘는 우표가 전시된 행사장에는 우취인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특히 인공지능(AI)·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앞세워 우표가 가진 문화·역사적 가치를 관람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이날 축사에서 “우표는 각 나라 문화와 역사가 담긴 중요한 기록 유산”이라며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통신수단으로서의 기능은 줄었지만 AI·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소통과 가치를 계승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1년 만에 국내서 열린 전시인 만큼 행사장은 이색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가득했다. 특히 희귀우표전시관에는 1856년 영국령 기아나에서 발행한 가장 값비싼 우표 '1센트 마젠타'가 국내 최초로 특별 전시됐다. 약 122억원의 가치로 평가받는 이 작은 종잇조각 앞에 이목이 집중됐다. 바로 옆에는 1884년 발행된 한국 최초 '문위우표'도 전시됐다.
이번 전시의 차별점은 우표와 디지털 기술의 접목이다. 우정사업본부는 AI 등 첨단 기술을 통해 우표 속 인물·소재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체험형 디지털관을 꾸렸다.
가장 많은 발길이 머문 곳은 그림을 우표스타일로 변환하는 그래피티X 부스다. 멀티 인터랙션 기반 AI 드로잉 시스템을 적용해 관람객이 터치스크린에 그림을 그리면 실제 발행된 듯한 우표 프레임 속 이미지로 구현해냈다.
AI 감정분석 솔루션이 관람객 표정을 토대로 우표 작품을 추천해주거나 로봇 드로잉을 통한 초상화 우표 체험 등도 각국 관람객 이목을 끌었다. 또 생성형 AI 기술로 우표 속 인물이 마치 살아난 듯 말을 건네는 '말하는 우표'도 정적인 우표를 인터랙티브 미디어로 재해석했다.
행사 관계자는 “우표가 과거의 수집 대상이라는 인식을 넘어 디지털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진화하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우표, 세상을 연결하다'를 주제로 이달 2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세계우표전시회는 전세계 65개국에서 건너온 우표 약 20만장이 출품돼 관람객을 맞는다. 프라코브 취라키티 국제우취연맹(FIP) 회장 등도 참석해 국가간 우취교류 확대에 힘을 보탰다.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은 “이번 전시회는 세계 단 한장 남은 최고가 우표부터 AI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즐길 수 있는 체험관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했다”면서 “우표 애호가뿐만 아니라 전세계인이 함께 즐기고 소통하는 문화 교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