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면에 세울 기지에 전력 공급
미국은 달 개척 예산 축소

중국과 러시아가 월면에 원자력발전소를 짓는다. 10여년 뒤 달에 세울 상주기지에 태양광 없이도 전력을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달 진출 움직임이 주춤한 상황에서 우주개발을 향한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 주목된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 등은 지난주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와 중국 국가항천국(CNSA)이 달에 원전을 짓는 것을 뼈대로 한 협력각서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이번 각서는 최근 이뤄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달에 원전을 짓는 일은 그동안 양국 간에 꾸준히 논의됐다. 그런데 이번에 로스코스모스와 CNSA가 협력각서에 서명하면서 공식적인 공동 기술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로스코스모스는 원전이 2036년 완공을 목표로 한 ‘국제 달 연구기지(ILRS)’ 운영에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 주도로 월면에 지어질 ILRS는 달 탐사와 관측, 활용을 목적으로 과학 실험과 기술 검증을 수행하는 곳이다.
지구 밖에서 운영되는 과학 기지나 장비들은 보통 태양광으로 전력을 만든다. 하지만 달 표면에서는 태양광에만 기대기 어렵다. 낮과 밤이 각각 2주 연속으로 지속되기 때문이다. 한 달의 절반을 해가 전혀 들지 않는 곳에서 태양광 발전소의 한계는 뚜렷하다. 이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는 원전을 병행 사용하는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원전 건설 작업은 무인 로봇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 발표는 최근 미국 상황과 맞물려 특히 주목된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미 항공우주국(NASA)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24%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연방정부 예산을 축소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반영한 조치다.
NASA 예산 삭감으로 달에 사람을 보내는 데 사용하기로 한 대형 로켓 ‘우주발사시스템(SLS)’은 2027년으로 예정된 3번째 비행 이후 퇴역한다. 지금까지 SLS는 2022년 딱 한 번 발사됐다. 달 상공에 띄우려던 우주정거장 ‘루나게이트웨이’ 구축 계획도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2030년대에 인간이 항상 머무는 월면 기지를 지으려는 ‘아르테미스 계획’의 전체적 건설 규모가 축소되거나 일정 지연을 맞을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달 현지 원전 구축 발표 이후 나타날 추가 협력 움직임이 우주개발 최선도국인 미국의 지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