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주 연속 최고가를 경신하던 일본 쌀값의 상승세가 최근 주춤하고 있다. 비축미 방출과 쌀 수입 증가 등이 가격 억제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성장세를 보이는 일본 대상 한국쌀 수출에 제동이 걸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2일 내놓은 5월19∼25일 전국 소매점 평균 쌀값은 5㎏ 기준 4260엔(4만661원)으로 집계됐다. 전주(4285엔·4만899원)에 비해 0.6% 내렸다. 일본 쌀 소매가격은 4월21∼27일 주간까지 17주 연속 올랐다. 5월19∼25일 쌀값 하락은 4월28일∼5월4일에 이은 두번째 내림세다.
이는 정부의 적극적 공급 확대 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사히신문’은 3일 일본 재무성 자료를 인용해 올 4월 한달간 일본의 쌀 수입량이 6838t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2024년 4월∼2025년 3월 1년간 수입량(3011t)의 2.3배라는 것이다. 4월 수입 쌀은 미국산(5499t)이 81%를 차지했고 인도·태국·베트남산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전체 쌀 수입량 또한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역대 최대치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아사히신문’은 “쌀 수입량은 일본 내 주식용 연간 쌀 수요량인 700만t과 비교하면 많지 않은 편”이라면서도 “최근 일본 내 쌀값은 관세가 부과된 수입 쌀이 여전히 싸게 느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 비축미 방출도 쌀값 인상을 둔화시킨 요인으로 파악된다. 오리카사 슌스케 일본유통경제연구소 연구원은 “5㎏ 기준 2000엔대 반값 비축미가 매장에서 판매되면서 쌀이 시장에 충분하다는 인식이 생겨난다면 7월부터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다”며 “내년 가을 정도면 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한국 쌀 수출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가격 안정세가 예상보다 빨라진다면 호조를 보이는 쌀 수출에 먹구름이 낄 수도 있어서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4월 전남 해남 옥천농협 쌀을 시작으로 7월까지 일본으로 수출했거나 수출할 예정인 농협 쌀은 833t에 이른다.
한편 일본에선 묵은쌀을 활용한 이색 쌀가공제품도 속속 상품화하고 있다. 7월부터 편의점 ‘로손’은 1년 이상 묵은쌀로 만든 주먹밥을 ‘빈티지 주먹밥’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다케마스 사다노부 로손 대표는 3일 창업 50주년 발표회에서 “오래된 쌀도 소중히 생각하자는 의미로 이름을 바꿔 부르기로 했다”며 “묵은쌀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지속가능한 쌀산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조영창 기자 changse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