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동상이몽···'3사3색 생존전략'

2025-06-10

철강산업의 불황이 길어지는 가운데 국내 철강 3사가 위기 극복을 위해 각기 다른 생존법을 모색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수익성 방어를 위한 원가절감과 고수익 중심의 생산 활동, 구조개편 등 공통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세부 전략에선 뚜렷한 차이를 보이며 각자만의 대응 전략을 펼치는 모습이다.

美 50% 관세 '산 넘어 산'···K-철강 깊은 한숨

철강 산업은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과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유입 등으로 현재 몸살을 앓고 있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고관세 정책을 펼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철강 3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의 합산 영업이익은 4525억원이다. 전년 동기 합산 영업이익(4752억원)과 비교하면 4.8% 줄었다.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3사의 수익성이 점차 부진해졌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25% 관세 충격도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1월~4월 대미 철강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2% 감소했으며 관세 부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된 5월에는 무려 20.6% 줄었다. 여기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50%로 대폭 인상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 미치는 피해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셈법 모색 분주···현대제철·포스코 '같은 듯 다른 듯 투자 전략'

대내외 여건이 점차적으로 악화하자 국내 철강 3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는 각자만의 살길을 찾아나서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철강 수출 피해로 이어지면서 수익성 방어를 위한 생존 전략 모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3사 가운데 현대제철이 외부 변수 대응에 가장 두드러진다. 최근 대외적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미국 현지 전략을 강화했다는 점에서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에 58억달러(약 8조5127억원)를 투자, 전기로 제철소를 짓기로 결정했다. 계속된 실적 악화로 자금 상황이 여유롭지 않은데도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은 미국 관세 타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소재 공급망 확보로 장기적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미국 진출 전략에 따라 몸집 줄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특히 국내에선 자회사 매각을 추진하면서도 공정 감산과 희망퇴직 시행 등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포항1공장 내 중기사업부 매각을 결정하는가 하면, 단조 자회사인 현대IFC 매각도 검토 중이다. 시장에선 현대스틸파이프 등 몇몇 자회사 역시 유력한 매각 대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올해 현대제철은 국내 사업을 축소하고 대신 해외 시장에 투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와 중국의 저가 공세, 미국 관세 부과 등으로 국내 사업이 여의치 않자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개편에 나선 것이다.

포스코 역시 미국 등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으나, 현대제철보다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국이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무역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도 아직 현지에 직접적인 투자나 진출 확정 움직임은 미미한 모습이다.

다만 최근에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협력해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에 대한 지분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미국 관세 부과로 인한 수출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공동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향후 미국 생산 거점 확보에 속도를 올려 간접적인 시장 진출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까지 포스코는 미국 시장 진출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지만 이번 지분 투자 결정으로 일정 수준의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아직 무리한 투자 확장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며 현지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포스코가 사업 투자와 관련 '신중론'을 보이는 데에는 현재 본업과 신사업이 함께 부진에 빠진 영향이 크다. 철강 악화에 이어 양대 사업인 이차전지 사업까지 늪에 빠지면서 섣불리 대규모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로선 수익성 방어에 무게를 두고 투자 범위를 신중히 조절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그룹은 위기 대응 방안의 일환으로 구조개편에 힘을 주고 있다. 이를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핵심 성장 사업에 투자하거나 주주환원에 활용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내년까지 비핵심 자산과 저수익 사업을 순차적으로 정리해 2조6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9일 '제26회 철의 날' 기념행사에서 "최근 트럼프 2기 시대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오늘의 생존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급변하는 통상 환경 변화에도 선제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국제강 해외 투자 '신중론'···향후 3사 경쟁 구도 '주목'

동국제강의 경우 아직 현지 생산기지 구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내수 시장 의존도가 높은 데다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에는 지속적인 실적 부진으로 그룹의 실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사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현대제철 단조사업 부문인 현대IFC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나 자금 여력 부족과 투자우선순위 조정 등의 이유로 인수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수익 기반이 흔들리는 상태에서 인수에 따른 부담과 실익을 면밀히 따지며 신중한 접근을 취하는 모습이다.

동국제강은 우선적으로 내실 다지기와 함께 글로벌 판로 확대에 방점을 두고 사업 전략을 짜고 있다. 회사는 지난 3월 수출영업담당 산하에 수출영업지원TF(태스크포스)를 신설했다. 영업지원 강화와 대외 리스크 대응력 확보가 주된 목적이다. 이 조직에는 기획·통상·재무 등 23명의 인력이 투입됐으며, 향후 미국뿐 아니라 동남아와 유럽 등 대체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신사업 추진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올해 동국제강은 친환경 철근 대체제인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FRP) 제품 개발에 본격 돌입했다. 철강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독보적인 기술력 확보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다.

철강산업의 악재가 길어지는 상황 속에서 업계 안팎에서는 3사의 각기 다른 위기 대응 전략에 관심을 두고 있다. 향후 이 같은 생존 전략 성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이들의 경쟁 구도가 새롭게 그려질 것이란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사 각자만의 생존전략을 꾀하는 것은 물론 통상 환경 변화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정부와도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여러 악재가 상존하지만 현재 관세 리스크가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만큼 철강사들은 이와 관련한 전략 모색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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