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권에서 한미 방산 협력이 위축될 우려가 크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역시 불가피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12일 ‘트럼프 집권 이후 경제·안보 환경 변화와 국내 방위산업 대응 과제’ 보고서를 발간하고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을 기점으로 한미 방산 협력이 지연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과거 조 바이든 정부는 미국이 안보 가치 제고를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선호했다면 트럼프 정부는 관세·환율 협상, 방위비 분담금 등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국의 안보 자산을 지렛대로 삼으며 동맹국과의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는 한국에 표면적으로 100억 달러의 방위비 분담금 지출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방위비 분담금은 11억 3000만 달러(약 1조 5200억 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0.07% 수준이다. 일본(0.04%), 독일(0.003%)에 비해 이미 높은 수준인 데다 기존 분담금보다 10배 가까이 불어나는 규모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인 셈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심순형 산업연 부연구위원은 “방위비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될 경우 첨단 무기 체계 공동개발, 미국 방산 공급망 진입 등 바이든 정부부터 논의됐던 한미 방산 협력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안보 협력과 방산 수출의 연계를 선호하는 트럼프 정권의 특성상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미국 점유율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수출 확대에 제동이 걸릴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심 부연구위원은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A)와 같은 양국 방산 협력의 확대를 위한 제도적 절차를 매듭지어야 한다”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등 미국의 취약한 공급망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의제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방 분야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리는 RDP-A는 상호 방산 조달 시장을 개방하는 협정으로 바이든 정부 시절 한미 양국은 협정에 착수했지만 실제 체결까지는 이뤄지지 못한 바 있다.
그는 그러면서 “방위비 분담금의 경우 추가적인 비용 부담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분담금 집행 방식 변경이나 방산 협력 등을 내세워 비용 인상의 충격을 최대한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