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농산물 유통구조 선진화하려면

2024-10-06

1990년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파동 이후 정부는 비효율적인 농산물 유통구조를 선진화하기 위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정책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이번 정부는 2023년 농산물 유통구조 선진화 방안에 이어 2024년 4월에는 4대 전략 10대 과제를 골자로 한 추가 보완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의 유통구조 개선 대책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보완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를 몇가지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통구조 개선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정부는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유통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부의 지나친 관여와 참여는 효율적인 민간 주체의 성장을 방해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디지털 경제 아래서 유통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온라인도매시장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것은 그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온라인 유통은 민간의 창의적인 혁신이 필요한 분야인데 정부 주도로 혁신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유통 개선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유통 주체로서의 기능은 민간에 맡기는 등 정부의 역할을 명확히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유통 정책을 올바르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유통 관련 통계를 정비해야 한다. 정부는 유통비용 10% 절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으나 통계가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목표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특히 유통비용을 소비자가격으로 나눈 유통비용률은 분모인 소비자가격 수준에 따라 그 수치가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자체로 유통 효율성의 변화를 측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유통 효율성을 나타내는 통계 지표를 새롭게 개발하여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수집·발표하는 가격, 유통비용, 유통 경로 등 유통 통계도 30년 이상 경과돼 샘플업체, 조사 방법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조사 대상이 되는 샘플업체도 전통시장 위주로 돼 있어 최근의 유통 경로 변화를 반영하여 대형 유통업체 등을 포함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등 조사 방법의 개선도 필요하다. 또한 관행적으로 계속 이용되고 있는 유통비용 항목도 회계 기준에 따라 개선할 필요도 있다.

셋째, 디지털 경제 시대에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거래하는 농산물의 신뢰성 확보가 요구된다. 거래하는 농산물의 품질을 신뢰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거래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라인 비대면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등급화에 따른 품질 인증 시스템의 도입이 요구된다. 한우 등급제와 같이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이 인증하는 품질등급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1907년부터 농산물 표준규격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1946년 ‘농산물유통법’에 따라 개발과 관리에 필요한 권한과 자금을 확대함으로써 표준 규격화를 발전시켜왔다. 미국 정부는 36개 소비지 시장과 산지에 검품관을 배치해 산지 출하조직, 소비지 유통업체, 정부기관과 기타 관련 조직에 국가 등급·규격에 대한 인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해 우리도 공공이 인증하는 농산물 품질관리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농산물 유통 개선은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는 중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근본적인 유통구조 개선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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