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DC형, 기금으로 집단 운용
규모의 경제로 비용절감 노려
韓은 전문성 없는 개인이 관리
◆ 글로벌 퇴직연금 리포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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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연금자산 운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개인을 위해 전문가들이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을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 DC형 제도가 개인에게 투자 책임을 모두 떠맡기는 것과 대조된다.
영국의 신탁 기반 DC형 퇴직연금 제도인 '마스터트러스트'는 다수의 고용주가 공동 가입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근로자들이 납부한 퇴직연금은 기금에서 집단 운용되고, 이를 통해 전문적 서비스가 제공되는 동시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개인이 직접 운용해야 하는 기존 DC형 연금보다 효율적이고 유리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현재 영국에서는 30여 개 마스터트러스트가 운영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설립한 공적 기관인 국가퇴직연금신탁(NEST)뿐만 아니라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민간 기업도 마스터트러스트를 관리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퇴직연금 개혁을 통해 민간 기업이 운용하는 기금도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현행 DC형 연금·개인형 퇴직연금(IRP) 제도는 개인의 투자 의사 결정에 의존하는 구조다.
윌리스타워스왓슨(WTW)에서 연금 컨설팅을 총괄하는 피터 스테인 상무는 "마스터트러스트의 자산 규모가 커지면 수수료 등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전문가의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서비스 품질도 향상된다"고 말했다. 앤드루 도일 WTW 이사는 "60대 이상의 수익률은 젊은 층보다 낮지만 의미 있는 수준"이라며 "60세 이상도 30년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의 위험과 수익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DC형 연금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기금형 연금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데, 영국처럼 민간 기업의 신탁 기반 기금 운용부터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회에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 법안이 발의됐지만, 수탁법인을 비영리재단법인으로 한정했다.
정동우 한국CFA협회 회장은 "대형 금융사들의 전문성과 자본 규모가 합쳐지면 수익성이 제고되고, 다시 가입자가 몰려 자본 규모가 커지는 선순환을 유도할 수 있다"고 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영리법인은 수익률이 높을수록 운용 보수를 많이 가져갈 수 있다"며 "수탁법인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효율성이 높아질수록 수익자 입장에서 선택의 여지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 정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