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30개월 이상 사용, 폐암 위험 4.6배 높다

2025-08-17

가습기 살균제 사용 기간이 30개월 이상일 경우 5개월 미만 사용자에 비해 폐암 위험이 4.6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3600여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17일 ‘한국역학회지’ 최근호에 실린 ‘한국인 가습기 살균제 사용 기간과 폐암 발생의 연관성’ 논문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김경남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가습기 살균제 노출 관련 질환으로 정부에 보상을 신청한 3605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사용기간에 따른 폐암 발생 위험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 기간과 폐암 발생 간에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가정하고, 조사 대상자를 사용 기간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눴다. 5개월 미만(240명), 5∼14개월(909명), 15∼29개월(934명), 30개월 이상(1522명) 등이다.

3605명 중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지 4년 후에 폐암으로 진단된 피해자는 총 121명이었다. 사용 기간이 길수록 폐암 발병률이 높았다. 폐암 환자 가운데 30개월 이상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비율은 67.9%(82명)로, 폐암을 진단받지 않은 집단의 41.3%(1440명)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 기간과 폐암 발생 간의 관계가 성별이나 연령, 교육 수준 등에 따라 달라지는지를 보기 위해 ‘층화분석’을 실시했다. 층화 분석은 연구 대상을 성별, 연령대, 학력 수준 등으로 나누어 각각의 집단에서 위험도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따로 살펴보는 방식이다.

그 결과 가습기살균제 사용기간 5개월 미만 그룹을 기준으로 했을 때 사용기간이 30개월 이상인 그룹의 폐암 위험은 4.6배였다. 15∼29개월 그룹 2.45배, 5∼14개월 그룹 1.81배에 비해 훨씬 높았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는 가습기 살균제가 폐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강력한 역학적 증거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다만 “가습기 살균제 사용 기간과 흡연이 폐암 위험에 미치는 상호작용의 증거는 관찰되지 않았다”며 “향후 연구에서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011년 세상에 알려진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현재까지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만 5908명에 달한다. 정부는 이달 초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 대표와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해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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