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가게’, 강풀 유니버스의 진짜 시작

2024-12-19

2008년 개봉한 영화 ‘아이언맨’은 향후 영화사에 굉장한 역사를 쓰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시초가 되는 작품이다. 이 영화가 의미가 있는 이유는 이전부터 인기가 있었던 ‘아이언맨’ 캐릭터를 현대에 맞게 재창조해낸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화 말미 닉 퓨리(사무엘 L. 잭슨)를 통해 ‘어벤져스’의 정체가 처음 공개됐기 때문이었다.

이전 영화사에서 좀처럼 우리가 생각할 수 없었던 영화와 영화의 연결, 캐릭터와 캐릭터의 연결은 마블이 탄생시킨 ‘세계관’에서 훨씬 활력을 얻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지붕 아래에서 공개되는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조명가게’를 거기에 비교하면 무리가 있을까.

‘조명가게’는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대한민국에서 마블의 세계관에 비빌만한 ‘강풀의 유니버스’ 심화를 알리는 작품이었다. 물론 지난해 인기리에 방송된 ‘무빙’도 있었지만, ‘조명가게’는 ‘무빙’보다 훨씬 섬세하고 단단하게 세계관의 탄생을 선언한다.

지난 18일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조명가게’는 강풀 작가의 2011년 웹툰이 원작이다. 이미 ‘순정만화’나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의 따뜻한 작품으로 호평을 받던 강풀의 작품은 2004년 공개를 시작한 ‘아파트’를 시작으로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이라는 이름으로 전환을 시도했다.

‘조명가게’는 이미 하지원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적이 있는 ‘아파트’에 이은 세계관 두 번째 작품이다. 물론 디즈니플러스 시리즈로는 ‘무빙’에 이어 만들어졌지만 ‘조명가게’는 지금까지 강풀의 실사화 세계관 취합을 시도하면서, 그 자체로도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야기는 어떤 어두컴컴한 동네에 골목 구석 밤에도 환하게 불을 밝히는 한 조명가게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자칭 생(生)과 사(死)를 오가는 사람들이 들리는 이곳에는 밤만 되면 보통 사람들과 어디가 기이한 사람들이 모여든다.

실제 강풀은 웹툰 연재 당시에도 초반 15회 정도는 이상한 현상과 상징적인 은유만을 제시하며 이른바 ‘떡밥’을 푸는 데만 집중했다.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1회에서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정체불명의 여자, 2회에서 오래된 빌라에 새로 이사 온 여자가 겪는 미스터리한 사건에 집중하는 이야기는 대뜸 3회에서는 노인사망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4회에는 중환자실에서 미스터리한 일을 겪는 간호사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들의 이야기는 반전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묶인다. 사실은 등장인물들이 타이어 펑크 후 강으로 추락하는 버스 사고에 연관된 사람들이며 이들이 사실 생과 사를 오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명가게에 등장하는 기이한 사람과 평범한 사람들의 차이도 반전을 준다.

드라마는 단편적인 상징과 은유에 기댔던 웹툰보다 과거 회상과 주인공 원영(주지훈)의 설명을 통해 조금 더 설정을 쉽게 설명한다. 전체분량 중 7회부터는 급격하게 떡밥을 회수하며 살아야 할 사람들을 살리는 사람들의 사투가 벌어진다. 자연스럽게 그 관계가 가족이거나 사랑하는 사람, 사랑할 사람들이어서 시청자들의 몰입도는 높아진다.

‘무빙’에 배우로 출연했다가 ‘조명가게’를 통해 연출로 데뷔한 김희원 감독은 연출 데뷔작이지만 쉽지 않은 구조의 작품을 놓고 무리 없이 서사를 풀어갔다. 특히 웹툰의 미덕처럼 초중반은 미스터리 심지어 호러의 코드를 배치하고, 후반부에 적절한 신파를 집어넣는 솜씨는 재능있는 상업작품 연출자로서의 가능성을 보게 한다.

배우들의 넘치지 않는 열연도 볼거리다. 초반 표정이 없는 모든 배우들의 모습은 중후반 이후 주지훈이나 이정은, 박혁권 등 공력있는 배우들의 흡인력 있는 연기로 감정을 끌어올린다. 이 역시 김희원 감독의 세심한 배치로 인한 결과라고 본다면 그의 연출작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극의 말미 반가운 얼굴인 ‘무빙’ 장희수 역 고윤정의 등장은 ‘무빙’과 ‘조명가게’의 연결고리를 만든다. 거기에 강풀 유니버스에 개근하는 양성식 형사(배성우)의 탄생과정을 보는 재미도 있다. 김 감독은 여기에 강풀 원작 ‘타이밍’의 주인공은 김영탁 역에 박정민을 이미 캐스팅해 ‘무빙’ 다음 유니버스의 향방도 정해놨다.

강풀의 유니버스는 이후 ‘타이밍’이나 ‘어게인’ ‘브릿지’ ‘히든’ 등 계속 연결되고 있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이미 ‘무빙 2’의 제작을 확정한 디즈니는 확실히 강풀의 세계관에 크게 베팅하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일단 ‘무빙’과 ‘조명가게’ 그 시작은 무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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