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몰라서”…농가 산재보험 가입 ‘갈팡질팡’

2024-11-03

# 과수농가 A씨는 최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날벼락’ 통보를 받았다. 작업 중 골절상을 당한 근로자가 공단에 산업재해보험금을 신청했는데 A씨가 산재보험료를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A씨는 미납 보험료와 산재 인정 근로자 대상 보험급여액의 50%를 합한 1300만원을 물어야 할 처지가 됐다.

# 밭작물 농가 B씨 부부는 같은 밭에서 일하지만 상시근로자 6명을 둘로 나눠 부부가 3명씩 계약하고 있다. 상시근로자가 4명 이하면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일부 농가들이 산재보험 의무 가입 대상인지를 몰라 가입하지 않거나 알더라도 보험료 부담을 이유로 편법을 동원해 가입을 회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규모 농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촌 근로자의 안전보건관리에 관한 보험제도는 크게 산재보험과 농업인안전보험으로 나뉜다. 두 보험 모두 보험료를 고용주가 부담한다. 산재보험은 2000년 7월1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 따라 확대 적용됐다. 종전 5명 이상에서 상시근로자 1명 이상을 고용한 모든 업장은 의무적으로 산재보험을 가입해야 한다. 농업법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 때는 다르다.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2조 1항 6호에 따르면 농업법인이 아닌 사업자의 상시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이면 산재보험 의무가입 예외 대상이다.

이때 근로자 안전보건관리는 어떻게 보장할까. 상시근로자수가 1∼4명이라면 농업인안전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두 보험간 보험료 차이는 적지 않다. NH농협생명에 따르면 올초 기준 농업인안전보험의 보험료(산재형)는 연 18만6000원이다. 산재보험료(63만3840원)의 30% 수준이다.

농민 A씨는 “해당 작업자가 다쳤을 당시에는 일이 적어 근로자를 2명만 고용했을 때였다”면서 “근로자가 다쳤을 때를 기준으로 상시근로자 인원수를 산정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상시근로자수가 5명 미만이므로 산재보험 의무가입 예외 대상인 줄로만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농사를 시작한 이후로 단 한번이라도 14일동안 출근한 근로자가 5명 이상이면 해당 농가는 ‘상시근로자 5명 이상 사업장’으로 분류된다.

농가 B씨는 산재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보험료 부담을 이유로 부부가 3명씩 계약해 산재보험 의무가입 예외 대상이 된 사례다.

농가들은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상시근로자수 산정 기준을 농업 특성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근로복지공단은 국세청에 등록된 사업자등록과 근로소득자료를 기반으로 산재보험 가입 대상 사업장에 안내문을 발송하고 있다. 사업자등록이 안된 농가는 가입 안내를 받지 못하는 구조다.

A씨는 “농가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 전산으로 산재보험 가입을 신청하기는커녕 관련 정보를 얻는 것조차 힘든 게 농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농작업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몰리는 농업 특성을 고려해 상시근로자수를 합리적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농가가 가입 안내 사각지대에 놓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보험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연 2회 집중 홍보 기간을 운영하고 지역축제를 통해 홍보활동을 펼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영창 기자 changsea@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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