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월요일 아침. 알람이 울리고, 눈을 뜬다. 숨을 들이마시기도 전에 한숨이 먼저 나온다. 무표정한 사람들 틈에 끼어 지하철에 탄다. 누구도 서로를 보지 않는다. 스마트폰만 응시한 채, 각자의 세계로 도망간다. 그리고 하루가 끝나갈 무렵, ‘오늘도 그냥 지나갔네’ 같은 말을 무심히 중얼거린다.
우리는 지쳐 있다. 뭔가 크게 잘못된 것도 아니다. 그저 이유 없이 우울하고, 마음은 허기진다. 하고 싶은 게 있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뭘 원하는지는 모르겠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가, 이유 없이 무겁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상태를 ‘만성 우울감’이라 부른다고 한다. 폭풍이 아니라, 잔잔한 빗방울들이 쌓여 만들어낸 회색빛 감정.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나는 매일 로망 합니다’는 그 회색빛 삶 속에 따뜻한 처방전과 같은 책이다. 당신은 어떤 로망을 품고 있나요? 그 물음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로망이란 단어에 우리는 자꾸 먼 미래, 대단한 무언가를 떠올리곤 한다. 그건 틀렸다. 로망은 지금 하고 싶은 일이라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보상이 없어도, 그저 내 마음이 시키는 것.

좋아하는 노래를 출근길에 반복해 듣는 것. 마음에 드는 잔에 맥주를 따라마시는 저녁. 아무 목적 없이 동네를 걷는 주말 오후. 그런 순간들이 로망이라면, 우리는 이미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지나쳐온 것들. 좋아하는 그릇에 담긴 밥 한 끼, 늦잠을 자는 토요일 아침, 내 방 구석 어딘가에 마련해둔 조용한 자리. 언젠가 꿈꾸던 삶은 이미 가까이에 있었다.
저자 강찬욱은 스스로를 광고인이라고도 하고, 문학인, 골프인, 맥주인, 산책인이라고도 부른다. 말하자면, 자격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좋아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따뜻한 조언을 건넨다. 회사에서는 직장인이지만, 퇴근 후에는 기타를 치는 음악인일 수도 있고, 일요일 오전엔 정성스레 된장을 끓이는 요리인일 수도 있다. 좋아하는 것이 많을수록 우리는 입체적이 된다.
저자는 한때 양말에 빠졌고, 빈티지 시계를 모았으며, LP를 수집했다. 지금은 글을 쓴다. 그렇게 무언가에 빠져 살던 시간들이 모여 한 사람의 생애가 된다. 부러우면 해보는 거고, 행복한 따라쟁이라도 괜찮다고 말하는 저자의 문장에는 이상하게도 힘이 있다. 마치 허락처럼 느껴진다. 완벽하지 않아도, 누구보다 잘하지 않아도, 그저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도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 시작이 삶을 조금은 다르게 만든다는 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진짜 부자는 누구일까.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라고.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 취미가 있는 사람, 몰입할 수 있는 무엇이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 부자다. 그런 사람의 하루는 다르다. 같은 시간이라도 다르게 채워지고, 다르게 흐른다.
책은 묻는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최근에 어떤 것에 빠져본 적 있는가. 나는 지금, 무언가의 ○○인으로 불릴 수 있을 만큼 몰입하고 있는가. 이 단순한 질문 앞에서 스스로를 잊고 살았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하고 싶은 걸 떠올리기도 전에, 하지 말아야 할 일들로 하루가 가득했던 날들.
그 마음을 따라가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책은 말한다. 지금 당장, 작고 사소한 로망이라도 해보라고. 미래를 위해 미뤄두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보라고. 로망은 결국 그런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마음. 그것이 쌓여, 조금 더 나다운 삶을 만든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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