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박주성 "'오페라 공장'에서 갈고 닦은 실력, 보여드릴께요"

2025-12-06

“리사이틀 무대에서의 독창은 음악에 온전히 집중해 제 모습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페라만큼, 어쩌면 오페라보다 더 좋아하는 일입니다.”

빈 국립오페라에서 활약 중인 바리톤 박주성이 6일 마포아트센터 공연을 앞두고 독창 무대에 대한 애정을 이렇게 밝혔다.

박주성은 유럽의 명문 빈 국립오페라에서 전속 솔리스트로 활동한다. 이곳은 ‘오페라 공장’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공연이 끊이지 않는다. 통상 연간 20~30개 작품을 돌리는 여타 오페라하우스와 달리 빈 국립오페라하우스는 약 60개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전속 솔리스트 제도를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극장이기도 하다.

박주성 역시 일년에 거의 20개의 작품에서 크고 작은 역을 맡아 소화한다. “빈 국립오페라는 작품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전속 솔리스트들이 소화해야 할 역할이 많습니다. 그만큼 배울 기회도 많죠. 훌륭한 오케스트라와 세계적 성악가들의 무대를 거의 매일 볼 수 있고, 대선배들께 대기실에서 이것저것 여쭤보면 정말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세요.”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이주일 남짓한 리허설 기간 안에 작품을 효율적으로 준비하고 적응해야 하는 환경도 그를 단련시켰다. 특히 알게 모르게 동양인 성악가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실력으로 증명해야 하는 부담감도 그의 성장 동력이다. 박주성은 “매일이 오디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 순간이 평가받는 무대”라며 “무대에서, 그리고 동료들에게서 자극받고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재계약 과정을 거치는 박주성은 현재 2026/2027 시즌까지 출연 프로그램이 확정돼 있다.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R. 슈트라우스의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 속 할리킨 역할을 꼽았다. 코믹한 표현력과 탄탄한 성악 실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난이도 높은 배역이다. “처음 맡은 역이었는데 좋은 평가를 받아 다음 시즌에도 다시 캐스팅됐습니다. 인정받았다는 느낌이었죠.”

최근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월드 프리미어 오페라 ‘몽키 킹’에 출연해 손오공의 스승인 수부티 도사와 부처를 연기했다. 서유기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엔비디아 CEO 젠슨 황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젠슨 황이 바쁜 일정 중에도 극장을 두 번이나 찾아오셨습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어요.”

오페라 무대도 사랑하지만, 그는 성악가로서 독창 무대에 대한 애정이 크다. 빈에서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 내한 공연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낭만’을 테마로 독일 가곡과 오라토리오를 선보인다. 프로그램 구성 역시 직접 맡았다. “제가 좋아하는 곡, 한국 관객께 꼭 들려드리고 싶은 곡들로 꾸몄습니다.”

특히 멘델스존 오라토리오 ‘엘리야’는 그에게 의미가 깊다. “20대 때 엘리야 역할로 뮌헨 방송교향악단과 바이에른주 합창단과 연주하고 녹음까지 했어요. 제 독일 데뷔 무대이자 첫 음반 녹음이기도 했죠.” 오라토리오란 성경 내용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성악곡이다.

그가 이번에 ‘엘리야’ 중 네 개 솔로곡을 선보인다.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라는 기도에서 시작해 분노를 표현한 ‘주님의 말씀이 불같이 아니한가’, 좌절을 드러낸 ‘이제 충분합니다’를 거쳐 ‘산들이 흔들려도’라는 흔들리지 않는 신앙 고백으로 이어진다. “네 곡을 묶기만 해도 기승전결을 갖춘 미니 오페라와 같습니다.”

이번 무대에는 슈베르트, 휴고 볼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도 포함됐다. 박주성은 “앞으로도 리사이틀과 콘서트를 더 자주 하고 싶다”며 “제 목소리와 생각을 가장 진하게 전할 수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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