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35억 배럴”…해외 메이저 앞에서 겸손해진 ‘대왕고래’

2024-10-16

석유공사, 해외 로드쇼 사업설명자료에 탐사자원량 최소치만 명기

“훨씬 더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 어림없는 이야기 할 수 없었을 것”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 심해 유전 탐사를 추진 중인 한국석유공사가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로드쇼 사업설명자료에 탐사자원량 최소 수치만 명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최대치 140억배럴을 강조하다 해외에서 최소치만 명기한 건 최대치가 현실성이 떨어지고,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석유공사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석유공사는 지난 7월과 지난달 두 차례 미국 휴스턴에서 주요 석유 기업을 대상으로 로드쇼를 열었다. 로드쇼는 광구 탐사 입찰에 관심을 가질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를 의미한다.

석유공사는 로드쇼에서 2장으로 구성된 ‘사업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첫 장에는 울릉분지(8광구, 6-1광구 북부와 중·동부)의 개요·탐사 현황 등과 함께 왜 투자해야 하는지 ‘핵심 투자 참고사항’을 담았다. 다음 장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그래픽 자료 등을 첨부했다.

핵심 투자 참고사항 중 탐사자원량으로 “> 3.5 BBOE”(최소 35억배럴 초과)라 표기했다. 탐사자원량은 탄성파 등 물리 탐사 자료 해석을 통해 산출한 추정량으로, 유전 탐사에서 석유 유무와 별개로 가장 큰 범위의 자원량이다. 미국 자문업체 액트지오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탐사자원량은 최소 35억배럴에서 최대 140억배럴로 알려져 있다.

애초 정부와 석유공사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탐사자원량 최대치를 강조했다. 지난 6월 초 윤석열 대통령은 브리핑을 열어 최대치인 140억배럴만 언급했고, 브리핑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 자원량 가치가)삼성전자 시총(시가총액)의 5배”라고 설명했다.

석유업계 안팎에서 탐사 시추 전 단계에서 최대치만 언급하고 강조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와 석유공사는 지난 7월말부터 탐사자원량으로 ‘중간값’ 74억배럴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안 장관은 지난 7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자원량을 부풀렸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최댓값, 최솟값 얘기를 하니까 일반인 국민들께서 이해를 못 하실까 봐 대통령께서도 이걸 좀 더 확률이 높은 중간값으로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는 논의가 많아서 (중간값으로 이야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나 석유공사가 처음 강조한 최대치 언급을 피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져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 탐사에 정통한 한 인사는 “탐사자원량 최대치 의미는 최대치보다 많을 확률이 10%, 적을 확률이 90%라는 이야기로 십중팔구 최대치보다 적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슨 이유에선지 예측치에 불과한 탐사자원량 최대치를 대통령이 발표했지만, 해외 로드쇼에서는 석유공사가 자기들보다 훨씬 더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 그런 어림없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규 의원은 “최근 여러 국책사업에서 대통령이 앞장서서 홍보성 말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정부는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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