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까지 태어난 이들을 지칭하는 X세대는 ‘절약’이 모토인 기존 세대와 달리 ‘소비’를 적극적으로 한 최초의 세대로 분석됩니다. 경제적 풍요 속에서 자라나면서 개성이 강한 이들은 ‘디지털 이주민’이라는 이름처럼 아날로그 시대에 성장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한 세대이기도 하죠. 그만큼 수용할 수 있는 문화의 폭도 넓어 대중음악 시장의 다양성을 이끌었던 주역으로 꼽히는데, 이들이 향유했던 음악을 ‘가요톱10’의 90년대 자료를 바탕으로 Z세대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가요톱10’ 1994년 11월 3주 : 룰라 ‘비밀은 없어’
◆가수 룰라는,
1994년 고영욱, 김지현, 신정환, 이상민의 4인 멤버로 데뷔했다. 데뷔 무대는 ‘가요톱10’의 신인 가수 등용문이었던 ‘새 얼굴 새 노래’ 코너였다. 당시에 유행하던 레게풍 팝을 콘셉트로 데뷔하면서 그룹명 역시 ‘레게의 뿌리(Roots of Raggae)’의 약자인 룰라(Roo'ra)로 결정했다. 이상민이 그룹에서 아이디어 대부분을 담당하면서 팀의 리더이자 프로듀서로 중추 역할을 담당했다.
데뷔 앨범의 ‘100일째 만남’ ‘비밀은 없어’ 등이 큰 인기를 얻었으나 신정환이 1995년에 군 입대로 인해 탈퇴하게 됐다. 후임으로 채리나가 영입된 이후로도 여러 히트곡을 내면서 1990년대를 풍미했다. 대표곡으로는 ‘날개 잃은 천사’ ‘3!4!’ ‘연인’ ‘기도’ ‘프로와 아마츄어’ ‘비밀은 없어’ 등이 있다. 특히 2집 타이틀 곡이었던 ‘날개 잃은 천사’는 발매와 동시케 크게 히트하면서 ‘한국 가요계 역사상 최단 기간 백만장 돌파’라는 기록적인 성과를 거뒀다. 공식적으로 2집 앨범은 160만장, 비공식적으로 190만장 이상이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룰라는 스케줄을 위해 헬기를 타고 다니거나 행사 페이가 1억원에 달할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기에 힘입어 2집으로 ‘서울가요대상’ ‘SBS 가요대전’ 등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인기에 정점을 찍었고, ‘꼬마 룰라’라는 패러디 그룹이 탄생되기도 했다. 이 그룹에서 빅뱅의 지드래곤(G-DRAGON, 본명 권지용)이 배출됐다. 하지만 이후 3집 앨범의 타이틀곡 ‘천상유애’ 등을 비롯한 곡들이 표절 논란에 휘말리고, 2000년대 이후엔 소속 멤버의 과반수가 범죄를 저지르는 사태가 발생해서 한때는 대한민국 가요계의 흑역사로 여겨지기도 했다.
현재는 불법도박 사이트 및 대출 사기 혐의를 받아 출연 정지를 받았던 이상민은 ‘미운 우리 새끼’ ‘아는 형님’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고, 도박 사건, 뎅기열 거짓말 등으로 방송 출연이 어려워진 신정환은 수차례 복귀를 시도했으나 사실상 실패했다. 미성년자 성폭행 및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을 살았던 고영욱은 모든 방송사에서 출연금지 처분을 받아 사실상 복귀가 불가능한 상태다. 최근엔 유튜브 계정을 개설하면서 우회 복귀에 나섰지만 거센 비판 여론에 부딪혔다.
◆‘비밀은 없어’는,
1994년 5월 발매한 데뷔 앨범 ‘Roots Of Reggae’의 수록곡이다. 타이틀곡 ‘100일째 만남’이 크게 히트하고 후속곡으로 선보인 ‘비밀이 없어’ 역시 ‘가요톱10’에서 5주 연속 1위를 지켜내면서 골든컵을 수상한 룰라의 대표곡이다. 박선만이 작사·작곡 최준영이 편곡에 이름을 올렸다. 김지현은 한 인터뷰에서 “(룰라 음악은)솔직히 처음 들었을 때는 웃었다. ‘무슨 이런 노래가 있나’ 싶었다”면서도 “‘비밀은 없어’ 같은 경우에는 너무 올드하고 유치하게 느껴졌다. 이후 ‘날개 잃은 천사’를 작곡했던 최준영 씨가 편곡을 해주신 뒤 확 달라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비밀이 없어’는 김지현의 섹시하면서도 귀여운 모습을 극대화시키면서 타이틀곡보다 더 좋은 반응을 얻은 곡 중 하나다. 김지현 뿐만 아니라 이 곡은 룰라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감성을 잘 보여주는 곡으로 평가된다.
신정환이 군입대로 탈퇴하게 되면서 활동이 조기중단될 위기에 처했지만, 부랴부랴 채리나를 합류시켜 활동을 이어갔다. 채리나는 룰라의 새 멤버로 확정되고 단 5일 만에 안무를 익혀 바로 무대에 올라 연습생 기간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한 방송에서 채리나는 “당시 룰라에 들어가기 싫었다. 제 취향이 아니었다. 어릴 때도 주관이 뚜렸해서 당시 듀스를 좋아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아닌 저를 사장님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부모님을 설득해서 합류하게 됐다”고 고백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