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쓰는 세대, 청년층서 고령층으로…소비 지형 바뀐다

2025-03-17

소비의 주력 세대가 바뀌고 있다. 고금리‧고물가로 이른바 MZ세대로 일컬어지는 30세 미만 청년층은 지갑을 닫았다. 60세 이상은 돈을 더 쓰면서 소비 비중이 늘었다.

카드결제액, 30대 미만서 유독 감소

17일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9세 이하의 카드결제액(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 등 8개사)은 49조4000억원으로, 전년도(52조1000억원)보다 5.2% 감소했다. 2020년부터 연령별 카드결제액을 따져봤을 때 20대 이하 결제액이 감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60세 이상의 카드결제액은 지난해 139조5000억원으로, 전년도(127조7000억원)보다 9.2% 증가했다. 전년 대비 결제액 증가율을 연령대별로 따져보면 50대(4.6%), 30대(2%), 40대(1.5%) 순이다. 전체 카드결제액에서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20년엔 14.2%였는데 지난해 18.2%로, 4년 새 4%포인트 확대됐다.

소비서 고령층 차지 비중 늘어

20대 인구는 감소하고 고령자는 증가하는 인구구조 변화가 이런 현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카드 이용자 1인당 결제액 증가율로 따져봐도 최근 들어 60세 이상은 20대를 상회한다. 2023년과 2024년 20대 이용자 1인당 결제액은 각각 전년 대비 0.7%,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60세 이상의 1인당 결제액은 4.5%, 2% 늘었다.

주요 소비처에서의 건당 결제액으로 비교해도 60세 이상의 소비 수준이 다른 세대를 앞섰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배달앱‧식당‧카페 건당 결제액을 연령별로 비교한 결과 20대를 100으로 놨을 때 60세 이상은 각각 118, 136, 129에 달했다. 음식점은 물론 배달앱에서도 60대 이상이 20대보다 20~30%씩 돈(카드결제)을 더 썼다는 의미다.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올리브영에서도 60세 이상의 건당 결제액이 20대보다 16% 많았다.

일하는 청년 줄었다

이런 세대별 소비 변화는 고용시장 현실도 반영한다. 돈을 버는 고령층이 늘어나니 그만큼 소비 비중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일하는 노인이 늘어난 것과 달리 일하는 청년은 줄고 있다. 2022년 381만8000명에 달했던 20대 취업자 수는 지난해 361만2000명까지 줄었다. 지난달 15~29세 쉬었음 인구는 50만4000명으로,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섰다.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이 늘었다는 뜻이다. 일하는 청년이 줄다 보니 소비 여력도 예전만 못하다.

고금리도 고령층보다 젊은 세대에게 더욱 부담이다. 주택 매매나 전세자금 때문에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가 보유한 부채가 많기 때문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60세 이상 가구의 이자비용은 평균 6만5000원이었는데 39세 이하 가구는 14만6000원으로, 2배가 넘었다.

고금리, 젊은 세대 소비 더 제약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금리 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부채상환 부담 증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됐을 때 20대와 30대의 연간 소비 감소 폭은 각각 1.3%, 0.8%에 달했지만 60세 이상은 0.2% 수준에 그쳤다. 김미루 KDI 연구원은 “생애 주기 관점에서 청년기엔 주로 대출을 받고, 중장년기에 상환하고, 노년기엔 자산을 처분한다”며 “고금리로 인한 소비 제약이 청년층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둔화로 인한 소득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근로소득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며 “고령층의 주된 소득원은 자산소득이나 연금소득이라 경제 상황으로 인해 소비 성향에 차이가 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의 주력 세대가 바뀌면서 금융권 경영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신한카드는 올해 상반기 시니어 특화카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하나카드는 지난달 병원, 약국과 생활요금 등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니어 대상 ‘하나 더 넥스트 멤버스’를 출시했다. 다른 카드사들도 골프장이나 병원, 건강식품 할인 및 적립률이 높은 시니어 카드를 내놓았다. 사회초년생을 겨냥한 카드를 주로 출시하던 이전과는 다른 트렌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액 자산을 가진 고령층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보니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상품 개발이 점차 중요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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