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83%가 못 쓰는데…영국은 하청·인턴도 가능한 ‘작업중지권’

2025-10-04

“영국에서는 하청업체 노동자뿐만아니라 인턴도 작업중지권을 쓸 수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달 11일 서울 민주노총에서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연 기자간담회에서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이 한 말이다. 노동계는 작업중지권이 사망산재를 줄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확대를 요구해왔다.

4일 노동계에 따르면 작업중지권은 법문에 있지만 현장에서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노총이 당시 간담회에서 공개한 설문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중 83%는 ‘작업중지권을 실제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 중 80.5%는 ‘작업중지권이 산재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작업중지권이 얼마나 유명무실한지 보여주는 판결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2023년 11월 대법원 판결이 있다. 해당 판결은 2016년 유해가스가 유출된 한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A씨가 직원들을 대피토록 한 것이 정당한지를 가렸다. 당시 사측은 A씨가 직원들을 무단 이탈하게 했다고 징계를 내렸다. 징계가 부당하고 주장한 A씨는 1~2심에서 패소했지만 대법원은 7년 만에 A씨의 손을 들어 줬다.

‘작업중지권 사각지대’와 관련한 우려는 대기업 보다 중소기업에서 더 높다. 우리나라는 노조 조직률이 약 13%에 불과한데, 대부분 노조는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쏠려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작년 6월 발표한 산안법 개정안 입법영향분석보고서는 “작업중지권이 노조 영향력이 큰 자동차, 철강 분야 대기업에서 큰 어려움 없이 행사되고 있으며 중소 규모 사업장이나 건설현장에서는 (작업중지권이) 사문화됐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산업 특성인 원·하청 구조가 산재 위험에 내몰린 하청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지난해 발표한 작업중지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A조선업체는 2012~2022년 산재사망자가 20명인데, 이 중 18명이 하청근로자다. B조선업체도 2017~2022년 9월 산재사망자 65명 중 47명이 하청업체 소속이다. 하청 근로자가 원청 근로자 보다 위험한 작업을 많이 하는데다 사고 위험 요인을 없애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하청 노동자가 원청 관리자에게 사고 위험을 알리면, 원청 관리자는 하청업체에 전달한다”며 “하청업체는 하청노동자에게 ‘내부고발을 했다’는 식으로 비난이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의사 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의 사망산재가 늘어나는 원인 또한 작업중지권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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