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에게 10일(금)은 추석 ‘황금연휴’ 사이 유일하게 낀 근무일이다. 입사 5년 차 박모(35)씨는 10일에 연차 휴가를 내려다 계획을 접었다. 보름 전쯤 회의에서 부서장이 “눈치 없게 10일에 연차 내고 쉬는 사람은 없을테니 그날 함께 점심 식사하자”고 말한 게 마음에 걸려서다. 박 씨는 “연휴 사이는 물론이고 연휴 앞뒤로 붙여 연차 내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자의든 타의든, 연차를 마냥 원하는 날짜에 쓸 수 없는 직장인의 고충이 있다. 이번 황금연휴도 마찬가지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의 사용자는 근로자가 휴가를 청구한 시기에 보내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근로자라면 회사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연차를 쓸 수 있다는 얘기다.
근로기준법 60조 5항은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회사가 근로자의 연차 사용을 제한할 경우 사업주가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김경식 노무법인 해밀 노무사는 “연차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연차 시기를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함께 뒀다. 예를 들어 연휴 기간에도 납품 기일을 맞춰야 하는 제조업, 건물을 계속 관리해야 하는 경비업 등 특수한 경우 사용자가 연차 승인을 거절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경식 노무사는 “판례를 종합해 보면 법원은 ‘상당한’ ‘특수한’ 사정이 아니고서는 근로자에게 유리하도록 판단해왔다”며 “누가 보더라도 ‘이 사람이 이날 근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도 상황이어야 연차를 거절할 수 있도록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근로자는 10일 일하고 싶은데 회사가 연차를 강제 소진하게 하는 경우도 따져봐야 한다. 이 경우 10일은 사용자 결정에 따른 근로기준법상 ‘휴업일’이다. 근로자가 연차 사용에 따를 의무는 없다. 대신 사용자가 (휴업일이므로) 근로자에게 평균 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평균 임금이 통상 임금을 초과할 경우엔 통상 임금을 줘야 한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는 “휴업일 지정 여부에 대해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합의했거나, 연차 휴가가 소멸하기 2개월 전에는 (연차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회사가 연차 날짜를 지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연휴 기간 연차 관련 피해를 본 근로자는 사업장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