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무슨 염치로 귀성객에 인사하나

2025-10-03

강성 지지층만 의식한 막장극 국회

수백만원 추석 떡값은 안 부끄럽나

추석민심 경청해 협치 복원 나서야

한가위 연휴가 시작됐다. 2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조국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용산역,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서울역을 찾아 귀성객들에게 인사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서울 동대문구 노인종합복지관과 경동시장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경은 착잡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청을 없애는 정부조직법을 비롯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과 국회 증언·감정법 등 4개 쟁점법안을 강행 처리하고,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밀어붙이는 등 헌정 질서 위협 수준의 폭주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맞서면서 대구·서울에서 장외집회를 가졌으나 ‘윤 어게인’ 세력이 집중 참여하면서 중도층 확장에는 실패했다. 여야 모두 강성 지지층만을 의식했을 뿐 대다수 국민은 뒷전이었다. 그럼에도 추석이 되자 귀성객들 앞으로 달려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입법 폭주와 장외투쟁, 욕설·추태가 난무한 ‘법사위 전쟁’, ‘용산 실세 김현지’ 출석 논란으로 국회를 막장으로 만든 이들이 태연하게 귀성객 손을 잡고 명절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국민 눈에 낯설고 불편하다.

이런 와중에 국회의원 300명은 그제 추석 휴가비로 425만원씩을 챙겼다. ‘명절에 월급의 60%를 지급한다’는 공무원 수당 규정에 따른 것이지만, 민심은 곱지 않다. 현재 국회에는 70개 민생법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돼 있고, 이재명 대통령이 협치 카드로 제안했던 여야민생협의체도 넉 달째 출범조차 못 하고 있다. 민생은 팽개친 채 한국 직장인 평균 월급(422만원)을 웃도는 추석 떡값을 챙기는 데엔 여야가 한몸이었다. 그나마 단 한명,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무슨 낯으로 떡값을 받나”며 425만원 전액을 기부했다. 의원으로 재임해온 6년간 명절 때마다 휴가비를 꼬박꼬박 기부해왔다는 그는 “처음엔 다른 의원들이 ‘혼자만 잘났나’고 할까 봐 신경이 쓰이기도 했지만, 이젠 해야 할 일은 하면서 눈치 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옳은 일도 욕먹을 각오 안 하면 못하는 곳이 요즘 국회다. 이러니 여론조사마다 국회가 ‘가장 불신받는 기관’ 1위에 오르는 것이다.

추석 연휴에 의원들은 지역구로 달려가 ‘명절 민심’을 듣는다. 그러나 입에 발린 얘기, 듣고 싶은 얘기만 모아 ‘민심’이라고 포장하는 일은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 민주당은 김어준, 국민의힘은 고성국이 상왕이란 비아냥이 나올 만큼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휘둘려온 양당의 행태에 대다수 국민은 염증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추석만큼은 여야 모두 ‘개딸’과 ‘윤 어게인’ 세력 같은 극렬 지지층이 아니라 다수의 중도층 국민을 만나 진짜 민심을 듣기 바란다. 특히 여당 의원들의 민심 청취가 중요하다. 쓴소리를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해야 한다. 대통령 심기만 살피다 민심 전달을 포기한 결과 집권 3년 만에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의 전철을 밟아서야 되겠는가.

나라 안팎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한·미 정상회담 한 달이 넘도록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경제와 안보 모두 불안하다. 여당은 폭주를 멈추고 야당과 타협하며 입법을 추진하고, 사법부 흔들기 같은 위헌적 행태는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3주 연속 하락세인 대통령과 당 지지도는 더 깊은 추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힘 역시 필리버스터와 장외 투쟁만으로는 ‘내란 정당’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70개 민생 법안 처리에는 협조하고, 쟁점 법안은 여당을 설득해 독소조항을 걸러내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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